"리퍼 추정 키는 174.4㎝…의족 사용하면 184㎝"
세계육상연맹 "의족 스프린터 리퍼, 올림픽 등 출전 불허"
세계육상연맹이 '의족 스프린터' 블레이크 리퍼(32·미국)의 '올림픽을 포함한 공식 경기 출전'을 불허했다.

세계육상연맹은 27일(한국시간) "외부 인사로 구성한 기술분석팀이 리퍼가 제출한 의족을 세밀하게 살폈다.

패널들은 '리퍼가 제출한 의족이 경기력 향상에 기대 이상의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라며 "연맹은 분석 결과에 따라 '리퍼는 현 상황에서 올림픽과 세계육상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리퍼가 사용하는 의족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의족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선수의 상황을 고려하면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사용하는 의족으로는 올림픽과 세계육상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리퍼가 사용하던 의족은 그의 키를 189.2㎝로 키웠다.

도쿄올림픽 출전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리퍼는 기존 의족보다 4㎝ 정도 짧은 새 의족을 제작해 세계육상연맹에 제출하며 '재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세계육상연맹은 이번에도 리퍼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계육상연맹은 "현재 연맹 규정과 여러 분석 결과를 보면 리퍼의 추정 키는 174.4㎝다.

의족을 사용해 그 이상으로 키를 높여 비장애인 경기에 출전하면 공식 기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사실상 리퍼의 공식 경기 출전을 불허한다는 의미다"라고 해석했다.

세계육상연맹 "의족 스프린터 리퍼, 올림픽 등 출전 불허"
리퍼는 태어날 때부터 양쪽 다리가 짧았다.

그의 부모는 의족을 마련해 리퍼가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를 즐기게 했다.

리퍼는 장애인 육상에서 두각을 보였고, 2012 런던 패럴림픽 남자 400m 은메달, 200m 동메달을 땄다.

그는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의족을 달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모습을 본 뒤 자신도 패럴림픽이 아닌 하계올림픽에서 뛰는 걸 열망했다.

의족을 달고 뛴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부터 세계육상연맹과 법정 다툼을 했고, 출전 자격을 인정받아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400m와 1,600m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후 의족 육상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은 번번이 좌절됐다.

멀리뛰기 선수 마르쿠스 렘(독일)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희망했지만, 세계육상연맹이 불허해 리우 패럴림픽에만 참가했다.

리퍼의 400m 개인 최고기록은 44초30이다.

세계육상연맹이 집계한 2020년 남자 400m 1위 기록 44초91보다 좋다.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른 2019년 400m 기록을 봐도, 리퍼의 44초30은 최상위권인 9위다.

리퍼는 세계육상연맹이 자신의 도쿄올림픽 출전을 허락하면 미국 대표 선발전도 통과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세계육상연맹이 리퍼의 의족을 '경기력 향상을 기대 이상으로 높인다'고 분석하면서 리퍼의 올림픽 출전 꿈은 무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