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초대 사령탑 선임…프로 원년 우승 감독·런던올림픽 4강 신화
15년 만에 돌아온 승부사 김형실 감독 "머리카락 더 빠지겠어요"
여자 프로배구에 15년 만에 복귀하는 백전노장의 승부사 김형실(70) 감독은 "없던 머리카락이 더 빠지게 생겼다"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손녀뻘 넘는 선수들과 이뤄갈 새로운 도전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여자 프로배구 7구단을 창단하는 페퍼저축은행은 22일 초대 사령탑에 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은 KT&G(현 KGC인삼공사) 지휘봉을 내려두고 총감독으로 2선 후퇴한 2006년 이래 15년 만에 프로 코트로 돌아왔다.

팀을 지휘하는 건 2012년 런던올림픽 한국대표팀 이래 9년 만이고, 프로와 인연을 다시 맺은 건 2015∼2017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을 지낸 이래 4년 만이다.

김 감독은 "훈련할 장소, 선수 숙소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전력을 제대로 구축할 때까지 할 일이 태산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28일 드래프트에서 외국인 선수를 뽑으면 8월에나 입국할 것이고,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여자 고등부 졸업예정자들은 9월에야 팀에 합류할 것"이라며 "전력 꾸리기, 코치진 선임 등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15년 만에 돌아온 승부사 김형실 감독 "머리카락 더 빠지겠어요"
실업 배구 태광산업(3년)과 KT&G(12년)를 10년 이상 지도한 김 감독은 프로 출범 원년인 2005년 KT&G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한국을 4강으로 인도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래 36년 만에 올림픽에서 최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오늘 오전 11시에 감독 선임 통보를 받았다"며 "새로 출범하는 신생팀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지닌 내게 지휘봉을 맡긴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이어 "프로를 떠났지만 계속 경기는 봐왔기에 감각에는 문제가 없다"며 구단과 앞으로 잘 협의하고 좋은 코치진을 선임한 뒤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 여자 배구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런던올림픽 당시 자상한 아버지 리더십을 바탕으로 '덕장'(德將)으로 칭송받았고, 런던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자 자비 600여만원을 들여 이를 기념하는 금반지를 제작해 선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올림픽 때만큼이나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신생팀에서의 도전이 꽃길을 걷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감독은 세계적인 거포 김연경(33·흥국생명)의 영입 가능성에는 말을 아꼈다.

김연경은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포로서 김 감독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신생팀 인기와 이미지를 단숨에 끌어올릴 슈퍼스타 김연경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연경이 국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1년간 김연경 보유권을 지닌 흥국생명은 아직 구체적인 협상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페퍼저축은행의 영입설과 관련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