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흘러도 '거인의 자존심' 이대호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현세 기자] `그만한 선수 없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21일 사직 두산과 경기를 앞두고 '이대호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떠나서 4번 타자로서 역할은 어떻게 해 주고 있는지'를 묻는 데 이렇게 답했다. `롯데에 그만한 선수가 없다. 방망이 치는 것 보고 왔는데, 아직 우리 팀에서 대호만 한 선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대호는 허 감독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홈런 6개에 양 팀 합 25안타가 오가는 타격전. 이대호는 두 차례나 역전타를 치며 10-9 승리를 불러 왔다. 두산이 앞서 나가고 있던 4회 말에는 2사 만루에서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과 끈질긴 바깥쪽 승부 끝에 기술적으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쳐 승리 확률을 높였고, 다시 엎치락뒤치락했던 6회 말에는 두산 구원 투수 이승진의 빠른 공을 때려 낮고 빠르게 뻗는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올해로 이대호는 우리 나이 마흔이 됐다. 하지만 허 감독은 `생각 차이`라며 `나이는 전혀 상관없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더욱 그렇다. 나이를 지우고 보더라도 대호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하는 노하우도 있어서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대호 역시 에이징 커브를 겪고 있다고도 평가받았지만, 올 시즌 15경기 타율 0.317 OPS(출루율+장타율) 0.897, 3홈런 19타점 치며 세월이 흘러도 '거인의 자존심'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활약하고 있다.

이대호는 `감독님께서 믿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보답해야 한다. 시즌 전에 말씀드렸다. '만약 내가 체력이 안 되고 성적도 안 좋으면 하위 타순에 내려가도 된다'고. 지금 우리 팀은 더 높은 곳을 보는 상황인데, 4번 타순에 나가 도움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작년 시즌 뒤 롯데와 2년 최대 2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매년 우승 옵션 1억 원이 들어가 있다. 우승 시 부산 사회에 환원하는 쪽으로 롯데와 이야기를 마쳤다. 이례적인 계약 형태라서 팀 내 목표를 더욱 뚜렷이 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주장 전준우는 `대호 형의 우승 옵션으로 목표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했었다. 이대호는 `목표는 변함없다. 우승하고 싶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뛸 시간은 실질적으로는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나와 후배들까지 모두 잘해서 우승하면, 후회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남아 있는 시간 동안 가지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겠다는 약속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또 구단 유튜브 콘텐츠 '엽대호'에도 출연해 후배들과 재미난 추억을 쌓으며 동시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신인 급 선수까지도 이대호를 통해서 더 성장하려 노력한다.

이대호는 `타자 후배들한테는 타격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투수 쪽에서는 (최)준용이, (김)진욱이에게 타자로서 이야기를 해 준다. 상대가 어느 타이밍에 어떤 공을 노릴 것 같다고도 알려 주는데, 후배들이 또 서슴없이 다가 와 준다. 사실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 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야기라면 듣고 말지 않겠나. 나로서는 겪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는데, 후배들이 많이 물어 봐 준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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