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나이에도 전성기 구속·제구력 유지…새 시즌 기대감 쑥쑥

모든 생물은 노화한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운동 신경과 신체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보통 20대 후반에 정점을 찍고 30살부터 내리막길을 걷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계 전문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이 2012년에 발표한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을 나타내는 곡선) 자료에 따르면, 투수들은 30살을 기점으로 기량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여러 가지 지표 중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건 '구속'이다.

구속은 28살 이후 나이에 따른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30살부터 기울기가 급해지고, 34살부터는 급격하게 하락한다.

시기·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보통의 투수라면 30대 중반엔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는다.

이론대로라면, 1987년생 만 34살인 류현진은 올 시즌 세월의 직격탄을 맞아야 한다.

주변에서도 걱정 어린 시선이 많았다.

류현진은 2019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2020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 등 최근까지 빅리그 정상급 기량을 펼쳤지만, 올해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지난해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닝 코치로 활약했던 김병곤 현 키움 히어로즈 단장 특별보좌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제 류현진은 부상에 대비하는 것보다 에이징 커브를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류현진은 현재까지 에이징 커브에 관한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그는 2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개막전에서 5⅓이닝 동안 2자책점을 기록하며 무난한 모습을 보였고, 두 번째 경기인 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경기에선 7이닝 2자책점으로 맹활약했다.

류현진은 텍사스 전에서 소속 팀 야수들의 실수와 타선의 침묵 등으로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지만,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세부적인 지표도 좋다.

MLB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서번트의 경기 자료에 따르면, 류현진의 구속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다.

류현진은 텍사스 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 92.1마일(148㎞), 평균 구속 90.1마일(145㎞)을 기록했다.

직구 비중은 적었지만(90개 중 19개·21%), 구속은 떨어지지 않았다.

MLB 통계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류현진의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은 90.17마일(145㎞), 역대 최고 성적을 냈던 2019년엔 90.96마일(146㎞)이었다.

차이가 거의 없다.

제구력도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은 텍사스전에서 특유의 '송곳 제구력'을 바탕으로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에 공을 꽂아 넣었다.

물론 지금은 힘이 차고 넘치는 시즌 초반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엔 체력이 떨어지고 구속 저하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에이징 커브를 극복하고 있다고 단언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류현진이 만 34세에 맞이한 2021시즌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있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다.

류현진은 아직 무너지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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