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투혼 불태웠으나 아쉽게 챔프전 준우승
"진로 아직 결정하지 않아…일단 도쿄올림픽에 전념"
힘들었던 김연경 "빨리 시즌 끝났으면 하는 생각 들더라"

'배구 여제' 김연경(33·흥국생명)은 '국내 리그에 괜히 돌아왔다는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어려운 질문"이라며 "괜히 왔다기보다는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다.

1∼2차전에서 모두 0-3으로 완패했던 흥국생명은 3차전에선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1∼2세트를 접전 끝에 내줬으나 3∼4세트를 연달아 따내고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끌고 갔다.

하지만 5세트 고비를 넘지 못했다.

챔프전 첫 승리는 물론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 물거품 된 순간이었다.

개막 전 흥국생명은 우승을 예약한 팀으로 보였다.

내부 자유계약선수(FA)였던 국가대표 레프트 이재영을 잡았고, 쌍둥이 동생인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FA로 영입했다.

김연경까지 해외 생활을 마치고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서 최강의 진용을 갖췄다.

개막 10연승을 달릴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 자매와 김연경의 불화설이 불거지면서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팀 내분은 쌍둥이 자매에게 과거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폭로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힘들었던 김연경 "빨리 시즌 끝났으면 하는 생각 들더라"

결국 둘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무기한 출전 정지에 들어갔다.

핵심 주전 두 명이 빠진 흥국생명은 휘청거렸다.

김연경이 중심을 잡고 팀을 추스르려 노력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김연경은 챔프전에서 GS칼텍스가 자랑하는 '삼각편대'를 상대로 3인분의 몫을 해내려는 듯 사력을 다했다.

엄지손가락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했지만 소용없었다.

우승은 GS칼텍스의 차지였다.

GS칼텍스는 KOVO(한국배구연맹)컵 대회, 정규리그, 챔프전을 모두 제패하고 사상 첫 트레블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연경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1∼2차전에서 한 세트도 못 따고 경기를 내줬기 때문에 3차전에선 질 때 지더라도 좀 더 물고 늘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끝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했다.

아쉽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었는데 후배들이 옆에서 도와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며 (한국에 괜히 돌아왔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날짜를 헤아리기보다는 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않았다.

일단 마지막 올림픽 무대일 수 있는 도쿄올림픽 준비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다.

김연경은 "팀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올해는 천천히 정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폭넓게 생각하고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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