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측 응원단에 감동 못 안긴 경기…유효 슈팅 1개
코로나19 확산 시대의 올림픽·스포츠 이벤트 '시험대'
무기력한 태극 전사…코로나 속 함성 대신 박수 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함성이나 구호를 금지했기 때문에 원정 경기를 하는 태극 전사들의 심리적 위축이 덜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25일 닛산(日産)스타디움에서 일본 대표팀과 10년 만의 친선 경기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발걸음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무거웠다.

기자는 한국팀의 강력한 슈팅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일본 기자와 자리까지 바꿔서 골문 근처에서 카메라를 쥐고 기다렸다.

무기력한 태극 전사…코로나 속 함성 대신 박수 응원
하지만 볼은 반대편에 있는 한국 골대 주변에서 장시간 맴돌았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팀이 득점하자 일본 팬들이 환호했다.

머지않아 일본팀이 한 골을 더 넣으면서 게임이 싱겁게 흐르자 경기장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곁에서 지켜보던 나이가 지긋한 일본 기자는 "오늘 재미가 없네"라고 반응했다.

경기장 한쪽에 한국 응원단을 위한 좌석이 따로 마련됐으나 태극 전사들은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고 간간이 이어지던 한국 팬의 박수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까지 무릅쓰고 원정 경기를 온 태극전사들은 결국 0대 3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경기를 마친 뒤 한국 측 관중석 앞으로 와서 단체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무기력한 태극 전사…코로나 속 함성 대신 박수 응원
주력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경기가 벤투호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경기는 코로나19가 확산한 가운데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일본 측의 구상을 시험대에 올린 사례다.

무기력한 태극 전사…코로나 속 함성 대신 박수 응원
일본축구협회 측은 입장하는 관람객에 대해 체온측정,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감염자 발생 시 대응을 위해 QR코드나 자필로 입장객의 인적 사항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만들었으나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와 별개로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흥겨움은 대폭 줄었다.

예를 들어 일본축구협회 측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노래, 함성, 휘파람을 금지했으며 하이 파이브, 포옹, 어깨동무, 등 신체 접촉이나 타올·머플러 등을 휘두르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안내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인지 관중석은 연주회장을 연상시키는 간헐적인 박수, 북소리 등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에 반응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본능적으로 터져 나오는 탄성이 종종 나오는 정도였다.

무기력한 태극 전사…코로나 속 함성 대신 박수 응원
취재진이 선수단과는 직접 접촉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했으며 각종 기자회견은 모두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대신했다.

취재진이 선수들의 발언 등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믹스트존도 설치되지 않아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코로나19 긴급사태가 해제되자 한일전의 관람객 수용 인원을 1만 명으로 확대했다.

경기장에서 맨눈으로 대략 파악하기로는 전체 관중석의 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방역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