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생 맷 존스(호주)가 불혹(不惑)을 넘긴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내셔널GC(파70·712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총상금 700만달러)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68타를 쳐 우승했다. 2위 브랜던 해기(30·미국)를 5타 차로 완벽히 따돌린 그는 2014년 4월 셸휴스턴오픈 이후 7년 만에 투어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이 대회에서 5타 차 우승은 1977년 잭 니클라우스, 2010년 카밀로 비예가스 이후 올해 존스가 세 번째다. 존스는 우승상금으로 126만달러(약 14억2000만원)를 가져갔다.

베어 트랩에서 나흘 합계 2언더파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83위(우승 후 49위)였던 존스는 우승 후보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1타를 몰아쳐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을 세운 뒤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2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주춤했으나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선두 자리를 꿰찼고, 다른 선수들이 대거 타수를 잃은 4라운드에서도 2타를 줄여 우승했다.

그는 악명 높은 ‘베어 트랩’에서 나흘간 타수를 잃지 않고 되레 2타를 줄였다. 베어 트랩은 ‘황금곰’ 니클라우스가 2004년 리모델링한 이 코스에서 가장 어렵다는 15~17번홀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베어 트랩'서 펄펄 난 존스…'불혹' 넘어 들어올린 우승컵
존스는 1라운드에서 베어 트랩을 2언더파로 탈출했고 2라운드에선 1타를 내줬다. 3라운드에서 이븐파를 기록한 그는 바람이 많이 분 4라운드에서 16번홀(파4) 버디를 잡으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출전 선수들이 나흘간 평균 15번홀(파3)에서 3.183타, 16번홀에서 4.154타, 17번홀(파3)에서 3.209타로 타수를 줄이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존스의 베어 트랩 성적이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존스는 이번 우승으로 7년 만에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출전하게 됐다. 그는 2014년 마스터스에선 커트 탈락했다. 2022~2023시즌까지 PGA투어 카드도 보장받았고 올해 열리는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내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출전권 등 굵직한 우승자 특전을 누리게 됐다. 존스는 “이번주엔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편하게 치자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이 우승을 바탕으로 계속 상승세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임성재, 2개월 만에 ‘톱10’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임성재(23·사진)는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기록해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를 적어 냈고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1월 열린 센트리챔피언스토너먼트 공동 5위 이후 약 2개월 만에 ‘톱10’ 성적표를 받은 것. 임성재는 이날 1, 3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2, 4번홀에선 보기를 기록하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출발했다. 15번홀(파3)까지 1오버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가 베어 트랩 두 번째 홀인 16번홀에서 약 2m 버디 퍼트를 넣고 균형을 맞춘 뒤 경기를 끝냈다.

준우승을 차지한 해기는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에 역대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인 2위에 올랐다. 그는 원래 이 대회 출전 선수 예비명단 6번이었다. 해기는 준우승 상금으로 76만3000달러를 챙겼다. 그가 2017~2018시즌부터 이 대회 전까지 네 시즌간 벌어들인 상금(56만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