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휴식하며 치료…소니오픈 준우승 등 복귀 후 재기 성공
"우즈와는 다른 롤모델"…알코올 중독 극복한 프로골퍼 커크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를 다시 누비는 크리스 커크(36·미국)가 주목받고 있다.

커크는 오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에서 열리는 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 출전한다.

PGA 내셔널은 어렵기로 소문난 코스다.

특히 워터 해저드와 벙커 등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15∼17번홀, 일명 '베어 트랩'이 유명하다.

커크는 이 코스에서 경기하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챔피언 퍼트를 남겨둔 상황에서도 '이 퍼트에 생사가 달린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17일(한국시간) 골프위크에 따르면, 커크는 2년 전 나락을 경험했다.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크게 인생을 바꾼 경험이었다.

바로 알코올 남용과 우울증이었다.

그는 스스로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2019년 5월부터 7개월간 골프를 쉬었다.

PGA 투어 4승을 기록 중인 커크는 2015년 세계랭킹 16위까지 올랐지만 점점 하락세에 빠졌다.

호텔 방에서 홀로 많은 밤을 보내면서 술에 의존하게 됐다.

커크는 혼자서는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커크는 밑바닥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있는 것과 달리, 자신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조치했기 때문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과 연결돼 있으려고 노력했다"면서 PGA 투어 대회를 뛸 때 호텔이 아닌 집을 빌려서 친구·동료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커크는 술을 찾아 헤매지 않고 아들이나 운동 계획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난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8위로 시작해 48위로 마치면서 짜증과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난 수년간 내가 겪은 좋은 일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며 "이게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커크는 자신의 암울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기분이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그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위크는 이런 커크에 대해 "타이거 우즈, 브라이슨 디섐보, 저스틴 토머스와는 다르지만, 아주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새 삶을 사는 커크는 올해 소니오픈 준우승을 포함해 올해 출전한 6개 대회에서 2차례 톱10에 들었고, 4번 톱20을 달성했다.

그는 "나는 우승이나 톱10, 세계랭킹에 대한 목표를 두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나는 골프장 안팎에서 매일 하는 것들을 제어하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