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우승 노렸지만 정규리그 1위·챔프전 우승 모두 놓쳐
여자농구 '절대 1강' 꼽혔던 KB, 결국 '빈손'으로 퇴장
여자프로농구 2020-2021시즌 전 많은 전문가가 청주 KB의 통합 우승을 유력하게 점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이 치러지게 되면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의 센터로 평가되는 KB 박지수의 전술적 가치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195㎝ 장신의 박지수를 보유한 KB는 6개 팀 중 홀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는 효과를 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KB는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온 심성영과 재계약하는 등 전력 누수도 잘 막아냈다.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2위에 그친 KB가 2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루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KB는 정규리그에서 '숙적' 아산 우리은행에 1승 차로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여자농구 '절대 1강' 꼽혔던 KB, 결국 '빈손'으로 퇴장
우리은행과 상대 전적에서 2승 4패로 밀린 탓이 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박지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결국 화를 불렀다.

박지수는 시즌 내내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전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냈다.

평균 22.3점을 쓸어 담으며 팀 득점에 거의 3분의 1을 홀로 책임졌다.

하지만 박지수 혼자만의 힘으로 우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팀 감독들은 KB에 대한 대비책을 언급할 때 "박지수로부터 파생되는 공격
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지수의 득점은 못 막아도,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른 선수들의 득점을 막는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KB는 심성영과 강아정, 염윤아 등 '언니'들의 득점포가 터질 때는 수월하게 승리를 챙겼고, 그러지 못할 때는 졌다.

여자농구 '절대 1강' 꼽혔던 KB, 결국 '빈손'으로 퇴장
단순한 KB 농구는 박지수의 위력이 배가 돼야 할 단기전에 박지수가 지치면서 약해졌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인천 신한은행에 2전 전승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정규리그 막판 큰 폭으로 로테이션을 돌리며 체력을 아낀 용인 삼성생명에 1, 2차전을 내리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3차전에서는 심성영이 25득점을 몰아쳐 기사회생했고, 4차전에서는 강아정(21점)과 김민정(19점)도 득점포를 달궈 겨우 승부의 균형을 맞췄지만, 거기까지였다.

15일 열린 5차전 박지수는 '번아웃'돼 제대로 뛰기도 힘들어 보였고, 골 밑 우위를 잃은 KB는 17점 차로 완패했다.

여자프로농구 사상 가장 압도적인 팀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2020-2021시즌의 KB는 결국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는 격언만 증명하고 빈손으로 쓸쓸히 퇴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