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 크베시치와 우아한 타쉬…포항 외국인농사 또 '풍작'예감
지난 시즌 이른바 '일오팔팔 콰르텟'으로 큰 재미를 본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에서도 '풍작'을 예감케 한다.

포항은 지난 시즌 일류첸코, 오닐,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가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제대로 터진 '영건' 송민규와 함께 '일오팔팔'의 존재는 포항이 지난 시즌 3위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지난 시즌 막판 부상에 개인사가 겹쳐 일찍 시즌 아웃된 오닐이 태국 부리람으로 이적한 가운데 스트라이커 일류첸코는 전북 현대로, 미드필더 팔로세비치는 FC서울로 떠나면서 '일오팔팔'은 1시즌 만에 해체됐다.

새 시즌을 맞은 포항 외국인 진용은 지난 시즌에 비해 꽤 불안해 보인 게 사실이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 공격수 크베시치와 우크라이나산 스트라이커 타쉬를 영입했는데, 이들은 입국 과정에서 행정 절차를 다 밟는 데 시간이 걸려 늦게 팀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늦춰져 김기동 포항 감독의 애를 태우던 이들은 13일 4라운드 울산 현대와 '동해안 더비'에서야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두 선수 모두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으나 충분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일꾼 크베시치와 우아한 타쉬…포항 외국인농사 또 '풍작'예감
이승모와 함께 최전방에서 선발 출전한 크베시치는 공격 2선 너머 중원까지 오가며 포항 공격 작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63분을 소화한 크베시치는 팀 내 가장 많은 3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전진 패스 4개 중 3개, 횡패스 8개 중 7개를 정확히 배달했다.

특히 공격수임에도 헌신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크베시치가 그라운드 경합에서 공을 따낸 게 4차례인데, 이는 팀 내 2번째로 많은 횟수다.

"크베시치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데, 다 올라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내보낸다"던 경기 전 김 감독의 설명의 '엄살'처럼 느껴질 법한 경기력이었다.

후반전 투입돼 39분을 소화한 타쉬 또한 안정된 볼 키핑 능력 등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롱 패스도 가볍게 자신의 발 앞에 떨구는 우아한 퍼스트 터치가 일품이었다.

일꾼 크베시치와 우아한 타쉬…포항 외국인농사 또 '풍작'예감
이들이 첫 경기부터 진가를 보여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 감독의 치밀한 준비가 있다.

김 감독은 영입을 결정한 지난해 12월에 일찌감치 포항 경기 영상을 두 선수에게 보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이미 그 영상을 다 보고 포항이 어떤 축구를 하는지 인지한 상태에서 팀에 합류했다"면서 "첫 경기치고는 상당히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그라운드에서 함께하는 송민규도 크베시치와 타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송민규는 "내가 부족한 면을 메워주려고 크베시치가 많이 뛰어줬다.

타쉬는 연계와 볼 키핑이 매우 좋더라"라면서 "다음 경기에서는 제대로 시동을 걸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