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구단 '사인 스캔들'로 금지했다가 1년 만에 부활
MLB 올해 더그아웃서 태블릿 PC 사용 승인…'타자들 신났네'
올해 미국프로야구(MLB)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태블릿 PC로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을 다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MLB 사무국이 '사인 훔치기 스캔들'의 재발을 막고자 경기 중 전자 기기 활용을 엄금한 지 1년 만에 '실시간 분석'이 부활했다.

AP통신은 메이저리거들이 올 시즌 태블릿 PC의 일종인 아이패드를 더그아웃에서 활용해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2일(한국시간) 소개했다.

선수들은 '더그아웃 아이패드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태블릿 PC에 접속해 경기 중 동영상을 보고, 상대 투수가 던진 구종과 자신의 스윙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고자 이 프로그램은 포수의 사인을 가린 형태로 제작된다.

휴스턴 구단이 경기 중 전자 장비 등을 동원해 상대 투수의 사인을 훔친 뒤 이를 타석에 있던 타자에게 알려주는 식의 '사인 절도 스캔들'로 2017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하고 2018년 정규리그에서도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MLB는 발칵 뒤집혔다.

당시 사건에 연루된 감독 세 명이 잘렸고, 휴스턴 구단은 단장과 감독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MLB 사무국은 재발 방지책의 하나로 2020년 경기 중 비디오 동영상 분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은 더그아웃 안은 물론 더그아웃 바깥에 있는 각 구단 비디오 영상 분석실도 사용할 수 없었다.

때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감염 확산을 막고자 경기 중 비디오 분석실을 들락날락하는 일은 더욱 기피해야 할 대상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 조처는 1년 만에 해금됐다.

AP통신은 해금 조처를 반색한 타자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공교롭게도 경기 중 영상 분석 부활이 2020년 타격 지표의 전반적인 하락과 맞물린 결과라고 소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각 팀은 팀당 60경기만 치렀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전체 시즌 평균 타율은 0.245로 1968년(0.237)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탈삼진과 안타의 격차는 초미니 시즌인데도 더욱 벌어졌다.

한마디로 경기 중에 분석을 못 해 타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외야수 데이비드 달은 "(경기 중 영상 분석 금지 조처는) 확실히 타자들이 어려움을 느꼈다"며 "(투수의 공이) 어느 쪽에 들어왔는지, 어떤 구종을 던졌는지, 내 타격 타이밍이 어땠는지 등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1루수 라이언 지머먼은 "어떤 사람들은 영상 실시간 분석을 잘못 사용한 예를 거론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런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면서 "타자, 투수 모두 경기 중 영상 분석을 활용하며, 이는 더 나은 결과를 낼 최고의 기회를 준다"고 반드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오랜만에 복귀한 토니 라루사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이 더그아웃과 비디오 분석실을 오가면 경기 감각을 잃을 수 있다며 더그아웃에서 태블릿 PC를 보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