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예’ 콜린 모리카와(24·미국)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를 연상하게 한다. 우즈에 이어 만 25세가 되기 전에 메이저대회와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을 제패한 두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뒷심도 우즈를 닮았다. 모리카와는 “타이거는 내게 전부나 다름없다”며 “(골퍼의 꿈을 꾸게 해준) 타이거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톱4’ 진입

모리카와는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의 컨세션GC(파72)에서 열린 WGC 워크데이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2타 앞선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모리카와는 압박감 속에서도 버디 4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는 집중력을 뽐냈다.

이로써 모리카와는 지난해 8월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에 ‘월척’을 낚아 투어 통산 4승을 기록했다. WGC 대회는 미국과 유럽, 일본,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 등 6개 투어가 공동 주관해 상금과 출전 선수 수준 등이 모두 메이저대회와 맞먹는다. 모리카와는 우승상금으로 메이저대회에 버금가는 182만달러(약 20억5000만원)를 챙겼다.

모리카와는 이번 우승으로 만 25세 전에 메이저대회와 WGC 대회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미국 골프채널은 “모리카와에 앞서 25세 이전에 메이저와 WGC 타이틀을 석권한 선수는 우즈가 유일했다”고 전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메이저대회와 WGC 타이틀을 모두 보유한 선수도 24명뿐이다. 모리카와가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뮤어필드GC(워크데이 채리티오픈)에 이어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에서만 2승을 올린 점도 눈길을 끌었다.

모리카와는 이번 우승으로 6위였던 세계랭킹을 4위로 끌어올렸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가 이런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아시아(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아시아(계) 선수의 세계랭킹 최고 순위는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29)가 2017년 기록한 2위다.

우즈 같은 ‘뒷심’ 뽐내

모리카와는 우즈의 쾌유를 비는 뜻에서 이날 우즈의 최종 라운드 패션인 검정 바지·빨간 셔츠를 입고 경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옷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회색 셔츠를 입고 뛰었다. 외관은 달랐지만 모리카와의 경기력은 우즈를 연상하게 했다.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던 우즈의 뒷심을 재현했다. 이날 그의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76야드에 그쳤다. 하지만 1위에 오른 어프로치 샷 이득 타수(SG:approach to green)가 보여주듯 자신의 장기인 ‘컴퓨터 아이언 샷’을 마음껏 뽐냈다.

모리카와는 2번홀(파4) 보기를 5번홀(파4)과 7번홀(파5), 9번홀(파4)의 징검다리 버디로 만회하고 선두를 질주했다. 12번홀(파4)에서 2m 쐐기 버디 퍼트를 넣은 뒤 남은 홀을 파로 막아 우승컵을 가져갔다. 모리카와는 “이렇게 실력이 훌륭한 선수가 모두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 기쁘다”며 “더구나 많은 선수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한 건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1라운드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던 임성재(23)는 이븐파 72타를 쳐 5언더파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재미동포 케빈 나(38)는 10언더파 공동 11위, 김찬(31)은 3언더파 공동 35위다. WGC 대회에서만 6승을 보유한 세계 1위 더스틴 존슨(37·미국)은 6타를 잃고 최종합계 5오버파 공동 54위에 그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