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필 미컬슨(51·미국)이 이틀 연속 연못에 들어가 공을 치며 투혼을 보였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미컬슨은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옴니투산내셔널GC(파73·7238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시니어) 투어 콜로가드클래식(총상금 170만달러) 2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2타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4언더파 142타. 선두 마이크 위어(50·캐나다)에게 9타 뒤진 공동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9위로 경기를 시작한 미컬슨은 이날 티샷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드라이버 안착률은 전체 77위인 57.14%(8/14)에 불과했다. 2번홀(파5)에서 티샷이 OB가 나면서 더블보기를 범해 출발부터 불안했지만 PGA 정규 투어 통산 45승의 베테랑답게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3번홀(파4)과 4번홀(파3)에서 아이언 샷을 핀에서 2m 안쪽에 붙여 1타씩을 줄였다. 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은 그는 후반 들어 버디와 보기를 하나씩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미컬슨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난 것은 15번홀(파5). 미컬슨은 전날 이곳에서 티샷을 당겨서 쳤으나 공이 페어웨이 오른쪽 연못에 빠졌다. 그는 골프화를 신은 채 해저드에 들어가 두 번째 샷을 쳐 페어웨이에 올렸고, 이후 버디를 기록하며 실수를 만회했다.

악몽은 하루 만에 반복됐다. 미컬슨이 친 티샷은 전날과 똑같은 연못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그는 주저 없이 해저드에 들어갔다. 골프화를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올린 그는 물 위로 머리만 드러낸 공을 쳤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보여준 ‘맨발의 투혼’과 영락없이 똑같은 모습. 연못을 벗어난 공은 러프로 향했고, 미컬슨은 파를 잡아 타수를 잃지 않았다.

미컬슨이 ‘박세리 샷’을 이틀 연속 선보이며 이번 대회에 공을 들이는 건 ‘3전 3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이 걸려 있어서다. 정규 투어와 시니어 투어를 병행하는 미컬슨은 작년 8월 챔피언스 투어 데뷔전인 찰스슈와브 시리즈 대회에서 시니어 투어 첫승을 올렸다. 10월에는 두 번째로 출전한 도미니언 에너지 채리티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하면 PGA 정규 투어와 챔피언스 투어, 2부 투어를 통틀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