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긁은 인터뷰'로 상처준 커제 꺾고 농심배 우승하고 '설욕'
'농심배 통쾌한 승리' 신진서 "커제의 도발 덕분에 성장"
신진서 9단이 농심배 우승을 이끌며 세계 일인자 자존심과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동시에 드높였다.

신진서는 25일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제2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라운드 13국에서 중국 커제 9단을 꺾고 한국의 우승을 확정했다.

농심배는 한국·중국·일본 3국에서 5명씩의 프로기사가 출전,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리는 국가대항전이다.

신진서는 5연승으로 대회를 끝내며 3국 대표 기사 중 가장 빛났다.

마지막에는 세계 최강의 기사로 꼽히는 커제를 꺾었다.

중국 랭킹 1위인 커제는 메이저 세계대회를 8번 제패하며 최근 바둑의 패권을 중국으로 끌고 간 주역이다.

커제는 지난 4일 LG배 결승에서 신민준 9단에게 패해 우승을 놓친 데 이어 이날 농심배에서 신진서에게도 밀리면서 일인자 자존심을 구겼다.

신진서는 커제와 상대 전적을 5승 10패로 좁혔다.

'농심배 통쾌한 승리' 신진서 "커제의 도발 덕분에 성장"
신진서는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커제와 만났지만, '마우스 조작 실수' 악재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0-2로 패해 우승을 놓쳤다.

당시 커제는 "나를 증명하게 해줘서 (신진서에게) 고맙다"며 도발적인 우승 소감을 남겼다.

신진서는 이번 농심배에서 커제에게 완승하면서 자존심을 회복했다.

신진서는 "커제가 저를 이길 때마다 도발적인 말을 했다.

결승에서 그렇게 무너지고 나면 사실 많이 힘들고 쓰러지고 싶은데, 커제가 도발적인 말을 해서 오히려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커제가 그런 말을 해준 게 성장에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렇게 해줘서 삼성화재배가 끝나고도 바로 열심히 하게 됐다"며 자존심을 긁었던 상대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는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농심배 통쾌한 승리' 신진서 "커제의 도발 덕분에 성장"
이번 농심배 활약은 14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를 달리는 신진서가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의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농심배는 단체전이지만, 신진서는 개인 타이틀이 걸린 세계대회와 똑같다는 생각으로 이 대회에 임했다.

그는 커제와의 대국을 앞두고 "세계대회 결승이라고 생각하고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신진서는 세계대회 9연승을 질주 중이다.

농심배에서는 탕웨이싱 9단(중국), 이야마 유타 9단(일본), 양딩신 9단(중국), 이치리키 료 9단(일본), 커제 등 중국과 일본의 고수들을 연파했다.

신진서는 응씨배와 춘란배에서도 결승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해 LG배에서 개인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신진서가 세계대회 타이틀을 대거 수집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신진서는 "세계대회들이 남았지만, 일 하나를 해치운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도 "응씨배와 춘란배 모두 반드시 우승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 외 다른 생각은 없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이어 "응씨배와 춘란배에서 모두 우승한다면, 세계 일인자 자리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