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주전 세터 역할 맡아 부담↑…19일 승리로 자신감↑
'이다영 백업→주전' 김다솔 손끝에 흥국생명 운명 달렸다

"뛰고 있는 선수가 주전이다.

"
이다영(25)에게 가려져 있던 백업에서 위기의 팀을 살릴 '열쇠'로 급부상한 세터 김다솔(24)을 두고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이 한 말이다.

김다솔은 이다영이 쌍둥이 언니 이재영과 함께 학교 폭력(학폭) 파문으로 이탈하면서 급히 주전 세터 역할을 맡게 됐다.

김다솔은 2014-2015시즌 수련 선수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는 지난 시즌까지는 조송화(28·현 IBK기업은행)였고, 2020-2021시즌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합류한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으로 바뀌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자매에 '배구 여제' 김연경(33)까지 가세해 '흥벤져스'로 불리며 프로배구 흥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조명이 김다솔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달 설 연휴를 전후로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폭을 인정하고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김다솔이 경기를 책임지게 됐다.

'이다영 백업→주전' 김다솔 손끝에 흥국생명 운명 달렸다

미처 준비돼 있지 않았던 김다솔은 16일 IBK기업은행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흥국생명 참패의 중심에 섰다.

흥국생명은 세트 스코어 0-3(21-25 10-25 10-25)으로 지면서 4연패에 빠졌고, 시즌 한 경기 최다 점수 차(34점) 불명예도 기록했다.

워낙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였기 때문에 김다솔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김다솔은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흘 뒤인 19일 다시 경기에 나선 박 감독은 이전까지 김다솔이 훈련은 똑같이 참여했어도 주전이었던 이다영과 비교해 훈련량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담을 많이 내려놓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료 선수들이 김다솔을 많이 격려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김다솔은 응원에 힘입어 19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부담을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4세트 동안 42.9%의 성공률로 토스를 올리고 서브에이스 1개 등 2득점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는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가 30득점 깜짝 활약을 펼치고 김연경도 24점을 올렸다.

김다솔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좋아진 것이다.

경기 후 박 감독은 "브루나도 다솔이의 높이에 점점 편해진다고 이야기했다"고 기뻐했다.

박 감독은 김다솔이 신장(172㎝) 열세를 안고 있지만, 차분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칭찬했다.

'이다영 백업→주전' 김다솔 손끝에 흥국생명 운명 달렸다

주전으로서 팀 승리를 이끈 경험은 김다솔에게 좋은 성장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박 감독도 "김다솔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다솔은 팀워크의 중요성을 체험했다.

아무리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도 한순간에 팀을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을 쌍둥이 자매의 사례를 보고 배웠다.

그 위기 속에서 김연경, 브루나, 김다솔을 비롯한 흥국생명 선수들은 마음을 하나로 모아 부진의 터널을 함께 빠져나오는 것도 경험했다.

흥국생명은 악재 속에서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남은 정규리그 5경기 결과에 따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할 수도 있다.

반등 후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2018-2019시즌을 이어 다시 통합 우승을 기대할 수 있다.

김연경은 건재하고, 브루나도 19일의 경기력이 "원래의 80% 수준"이라며 자신감을 끌어 올렸다.

위기를 겪으면서 흥국생명 조직력은 더욱 끈끈해졌다.

이제 김다솔의 손끝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다솔이 주전 세터로 거듭날 기회를 잘 살린다면, 흥국생명은 드라마 같은 2020-2021시즌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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