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는 자율…여자부는 '어린 선수' 보호 위해 합숙이 대세
프로배구 '합숙 관행 문제 있다'에 공감대…'폐지 공론화'될까

프로배구가 몇몇 선수들의 중·고교 시절 재학 중 학교 폭력(학폭) 문제로 홍역을 앓은 가운데 현행 합숙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져 합숙 폐지 공론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수년 사이 과거에 자행된 선수와 지도자의 (성)폭력·구타 사건이 끊임없이 터져 나와 한국 엘리트 체육은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체육계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고자 출범했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이런 적폐의 근원을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선수들의 합숙 훈련으로 파악하고 합숙 폐지를 체육계에 권고했다.

그 영향으로 실제 중·고교 운동부에서 합숙 훈련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정작 프로에서는 아직도 합숙이 존재한다.

현재 프로배구 남자부 구단은 숙소 생활을 선수 자율에 맡긴다.

기혼자들, 합숙에서 벗어나고 싶은 선수들은 따로 거처를 얻어 각 구단의 훈련장으로 출퇴근한다.

하지만, 여자부 구단의 경우엔 훈련장 옆에 있는 합숙소 생활이 대세를 이룬다.

기혼 선수와 스타급 베테랑 일부만 출퇴근할 뿐 대부분의 선수는 비시즌을 포함해 거의 1년 내내 동료와 종일 얼굴을 맞댄다.

합숙의 효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한 팀으로서의 일체감 조성과 조직력 배가에 합숙만 한 게 없다.

코트에서 뛰는 6명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배구의 특성상 지도자들이 효율성 극대화를 명분 삼아 합숙을 선호한다.

하지만, 고교·대학을 졸업한 다 큰 성인들이 일정 기간도 아닌 장기간을 합숙해야 성적이 난다는 걸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뿌리인 중·고교에서 합숙이 사라지는 마당에 프로가 지금도 합숙을 운영한다는 건 시대상에도 맞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최근 불거진 프로 선수들의 과거 학폭 문제는 합숙의 가장 큰 부작용인 폐쇄성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지도자, 부모도 모르게 그들만의 합숙 생활에서 폭력이 자행됐고, 사과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10년 후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가해자에게 돌아왔다.

프로배구 '합숙 관행 문제 있다'에 공감대…'폐지 공론화'될까

여자부 구단들은 합숙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제 갓 고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어린 선수들의 보호를 예로 든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어린 여자 선수들이 바깥에서 혼자 지내면 이들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구단 시설에서 합숙하면 숙식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에 선수들은 돈을 쓸 필요도 없다.

여자부 구단의 훈련량이 남자부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도 합숙 훈련의 당위성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 프로 선수란 기량에 맞게 돈을 받아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하는 직업이라는 원론적인 시각에서 볼 때 여자부 구단의 합숙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누구나 고교·대학을 졸업하면 자신의 돈을 투자해 학교, 회사 근처에서 자취하는 일반인들의 사례를 봐도 구단이 선수들을 지나치게 보호한다고 느끼게 한다.

한 구단의 관계자는 18일 "구단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현 시대상을 반영해 합숙 훈련 방식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며 "선수들에게 합숙 또는 비합숙을 선택할 자율권을 주는 방식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합숙이 아니면 안 된다는 지도자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배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합숙 존폐를 각 구단과 논의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구단별 형편, 지도자 인식, 팬들의 생각 등이 모두 다른 만큼 학계와 체육 전문가, 구단 관계자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주고받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입단 후 특정 연차 이상 선수는 구단 시설에서 나가 숙식을 해결하도록 하는 프로야구 등 다른 종목의 사례를 연구하는 것도 합숙 관행을 풀 열쇠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