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서럽게 울던 여고생 국가대표→졸업 후 세계랭킹 8위로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린 '천적'으로 부상…"많이 배웠다"
'배드민턴 미래' 안세영 "마린과 또 붙고 싶어…지더라도"

카롤리나 마린(28·스페인)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다.

아시아 출신이 아닌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때 세계랭킹 1위를 달렸던 마린(현 3위)은 득점을 낼 때마다 고함을 질러 상대의 기를 꺾어버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 안세영(19·삼성생명)은 지난달 마린과 3번이나 맞붙었다.

태국에서 3주 동안 집중적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대회가 열렸을 때다.

안세영은 1월 16일 요넥스 태국오픈 4강과 23일 토요타 태국오픈 4강에서 마린에게 패해 결승이 좌절됐다.

하지만 '왕중왕전'인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는 달랐다.

안세영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마린을 2-1(21-16 14-21 21-19)로 꺾고 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이번에는 안세영이 고함을 쳤다.

마린을 상대로 점수를 내면서 호쾌한 기합 소리를 냈다.

'배드민턴 미래' 안세영 "마린과 또 붙고 싶어…지더라도"

비록 파이널 4강에서 세계랭킹 1위 타이쯔잉(대만)에게 패했지만, 안세영은 마린과의 대결을 즐거운 기억으로 담아두고 있다.

안세영은 18일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마린에게 기죽지 말자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고 말했다.

사실 안세영이 마린 앞에서 기죽을 이유는 없다.

안세영은 2019년 10월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마린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기억이 있다.

안세영과 마린의 상대 전적은 2승 4패다.

안세영은 "마린 선수가 작년보다 더 빨라지고 힘도 좋아졌더라. 처음에는 당황해서 적응을 못 했다"고 마린에게 연패를 당한 이유를 되짚어봤다.

"마린 선수보다 스피드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많이 배웠다"는 그는 "마린 선수와 계속 붙어보고 싶다, 지더라도"라며 승부사 기질을 내비쳤다.

'배드민턴 미래' 안세영 "마린과 또 붙고 싶어…지더라도"

태국 현지 방역 지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8번이나 했지만 안세영은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연습만 했는데,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 좋았다"며 모든 것을 즐겼다고 밝혔다.

또 이번 태국 투어에 불참한 천위페이, 허빙자오(이상 중국), 오쿠하라 노조미(일본) 등 다른 상위 랭커들도 넘고 싶다며 "다 이겨보고 싶다"고 의욕을 다졌다.

태국 일정을 마친 안세영은 귀국 후 2주 자가격리를 하고 소속팀인 삼성생명의 경기도 용인 숙소에서 훈련하고 있다.

안세영의 첫 실업팀이다.

광주체중 3학년 시절 태극마크를 단 안세영은 광주체고 진학 후 3년 동안 성인 국가대표팀의 막내로 활약했다.

어느새 대표팀 여자단식 에이스이자 여자단식 세계랭킹 8위 선수로 성장한 그는 올해 1월 삼성생명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인 무대에 뛰어들었다.

선수로서 커리어는 일찍 쌓아나갔지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것은 아쉽기도 하다.

안세영은 "태국 대회에 나가느라 졸업식도 못 가고 친구들과 작별 인사도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배드민턴 미래' 안세영 "마린과 또 붙고 싶어…지더라도"

하지만 더 넓은 배드민턴 무대에 오른다는 설렘은 가득하다.

안세영은 "실업팀 선생님들과 언니들이 치는 공은 수준이 다르더라"라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전설'의 지도를 받는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삼성생명에서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길영아 감독의 지도를 받는다.

안세영은 "워낙 레전드시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며 "제가 흔들리거나 힘들 때 잘 잡아주신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보셔서 그런지 공감을 많이 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안세영은 이제 성인이 된 만큼 성숙한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는 "이제 울지 않겠다"며 "예전에는 마음만 조급해서 한 경기 한 경기 지는 게 너무 아쉽고 서러워서 울었는데, 이제는 잘 다스리고 많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0 도쿄올림픽 메달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안세영은 "올림픽에 한국 여자단식 대표로 나가는 것만으로 영광"이라며 "어린 나이에 메달을 한번 따보고 싶기도 하다"며 목표를 밝혔다.

'배드민턴 미래' 안세영 "마린과 또 붙고 싶어…지더라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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