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억 투자해 개설…김진욱, 몸에 센서 부착하고 투구 시연
박현우 육성 총괄 "육성의 궁극적인 성과는 결국 우승"
'육성에 과학을 입힌다' 롯데가 자랑하는 피칭랩, 최초 공개

"미국보다 더 뛰어난 시설과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박현우 육성 총괄이 지난 16일 부산 사직구장 4층에 위치한 피칭랩(Pitching lab)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뒤 한 말이다.

롯데는 2019년 9월 성민규 단장이 부임한 이후 선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성공의 밑바탕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피칭랩이다.

롯데는 선수의 부상 방지와 경기력 향상에 필요한 운동력 측정을 위해 지난해 약 2억원을 들여 피칭랩을 개설했다.

국내 10개 구단 중 피칭랩을 갖춘 건 롯데가 유일하다.

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피칭랩이 있는 구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박 총괄은 설명했다.

공개 첫날, 롯데의 대형 좌완 신인 김진욱이 피칭랩에서 투구를 펼쳤다.

김진욱은 정확한 측정을 위해 맨몸에 센서 25∼30개를 붙인 뒤 속옷 바람으로 공을 던졌다.

천장을 사각형으로 둘러싼 여러 대의 카메라가 김진욱의 투구 모션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이를 통해 김진욱이 투구할 때의 각 신체 부위 사이의 거리, 각 관절의 각도, 각가속도 등의 데이터가 도출된다.

김진욱은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수다.

말 그대로 공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다.

부상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지도자들이 권장하지 않는 투구폼이다.

김진욱 역시 "팔을 높게 던지면 다칠 위험이 있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다"고 했다.

피칭랩이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박 총괄은 "오늘 피칭랩에서 김진욱을 측정하고 R&D 팀과 육성 파트에서 놀란 부분이 있다"며 "김진욱은 공을 정확하게 오버핸드로 던진다.

팔이 올라가면서 어깨와 팔꿈치 속도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김진욱은 특이한 오버핸드로 던지면서도 다른 투수들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낸다.

그런 속도를 낼 힘이 내재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몸이 버텨낼 수 없는 투구폼이라면 부상 예방을 위해 수정을 요구하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육성에 과학을 입힌다' 롯데가 자랑하는 피칭랩, 최초 공개

박 총괄은 "김진욱의 패스트볼은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처럼 공을 똑바로 회전시키는 선수들은 같은 스피드라고 해도 공이 떠오르는 느낌, 묵직한 느낌을 준다"며 "또한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좋은 수직 무브먼트에 더해 회전수도 2천300 이상이 찍힌다"고 강조했다.

김진욱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자신의 투구폼과 구위에 대해 더욱 확신을 하게 됐다.

롯데는 피칭랩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치진, R&D 팀, 스포츠 사이언스팀이 함께 논의해 각 선수의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육성 방향을 찾는다.

이어 3개월에 한 번씩 피칭랩으로 측정해 구단이 제시한 훈련 방법을 선수가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랩소도, 트랙맥 등이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이 어떤 결과물을 내는지 측정하는 장비라면 피칭랩은 그 결과물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피칭랩이라고 해서 투수에게만 적용될 것 같지만 이러한 생체역학 분석시스템은 타자, 포수 모두에게 적용된다.

박 총괄은 "지난 시즌 종료 뒤 2군 선수들과 2시간 동안 회의했다"며 "그 과정에서 한 선수는 '난 왜 힘껏 던져도 구속이 140㎞대 초반밖에 안 나오는지 고민했는데, 피칭랩을 통해서 뭐가 문제였는지 알게 됐다' 거나 '오프시즌에 뭘 준비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소개했다.

롯데는 이밖에 상동 2군 캠프에 미국 드라이브라인의 훈련 방법을 도입했다.

미국 시애틀 소재 드라이브라인은 신체 역학 데이터를 수집해 선수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가 윤성빈, 이승헌 등 영건 4명을 파견해 KBO리그에도 널리 알려졌다.

올해는 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미국으로 선수를 파견할 필요가 없다.

드라이브라인에서 5년 이상 훈련을 해왔고, 드라이브라인 피치 디자인 과정을 수료한 브랜든 맨 피칭 코디네이터를 영입해 드라이브라인 시스템을 아예 이식했기 때문이다.

김진욱은 "맨 코디네이터가 드라이브라인 훈련법을 알려주고 동작도 자세히 보여준다"며 "스피드를 내려면 상·하체 분리와 몸의 꼬임이 중요한데, 따라서 했더니 스피드도 훨씬 잘 나오고 몸도 잘 풀린다.

효과를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으로만 했던 아마추어 때와 달리 체계적으로 알아가면서 하니까 확실히 좋다"며 "나 자신에게 기대가 된다.

이번 시즌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롯데가 이처럼 과학적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데에는 이것이 비록 시간이 걸린다고 할지라도 우승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 총괄은 "좋은 시설과 좋은 육성 방법을 갖고 있다고 해도 1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게 궁극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육성하는 선수들이 롯데가 우승하는 해에 활약한다면 그게 유일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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