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로만 이바노프가 3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의 디어밸리리조트에서 열린 2021 국제스키연맹(FIS) 인터마운틴 헬스케어 프리스타일 인터내셔널 스키 월드컵 에어리얼 공식 훈련에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설원의 곡예’로 불리는 에어리얼 스키는 스키를 신고 점프대를 통과해 공중 동작을 펼치는 종목이다.
성수기를 맞은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 스키장의 고민과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설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다. 설상가상 올해는 따뜻한 초겨울 날씨 탓에 예년보다 10~15일 늦은 이달 초에야 개장했다.뒤늦은 개장에 바이러스 확산 우려 그리고 그에 따른 운영제한 조치까지 '삼중고'를 맞았다. 강원과 경기 지역 스키장들 사이에서 '눈물의 개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원 지역의 한 스키장 관계자는 "해마다 하던 개장이벤트도 올해는 사라졌다"며 "내부에선 벌써부터 "올해 장사는 이미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스키·눈썰매장 등 방역단계별 시설운영제한 지난 9일 정부는 겨울스포츠 시설에 대한 방역지침을 내놨다. 스키장과 눈썰매장, 빙상장 등을 일반관리시설로 지정해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시설운영을 제한하는게 골자다. 단체모임이나 회식 금지, 개인장비 이용 등 시설 이용객이 지켜야할 방역수칙도 포함됐다.정부 지침에 따르면 스키장과 눈썰매장 등 실외시설은 거리두기 1.5단계 시 입장객을 수용가능인원의 절반만 받을 수 있다. 2단계와 2.5단계에서는 입장객 수가 수용가능인원의 3분의 1로 제한된다. 2.5단계에서는 오후 9시 이후 시설운영도 금지된다. 3단계 조치가 내려질 경우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시설가동이 중단된다.야외보다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실내시설은 더 강한 제한조치가 내려졌다. 실내 빙상장과 눈썰매장은 거리두기 1단계부터 입장객을 4㎡ 면적 당 1명으로 제한해야 한다. 2단계에서는 음식물 섭취와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금지된다. 거리두기 2.5단계부터는 시설가동이 전면 중단된다. 이에 따라 고양 원마운트, 부천 웅진플레이도시 등 수도권 지역 실내 눈썰매장은 아예 문을 열 수 없게 됐다. ○1.5단계부터 입장객 수 절반으로 제한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강원과 경기권 스키장은 시설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강원 전 지역은 거리두기 2단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2.5단계 방역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11일 개장하는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는 시간대별 슬로프 이용객을 최대 25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당초 정원(7000명)의 절반만 받으려던 계획을 3분의 1만 입장을 허용한 정부의 2.5단계 방역 지침에 따라 바꿨다. 리조트 측은 "슬로프와 리프트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리프트 이용권 발행도 시간당 500~700명으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부 지침에 따라 운영시간도 단축된다. 거리두기 2단계에선 운영시간에 제약이 없지만 입장객 제한에 따른 수요 감소, 야간 시간대 방역에 대한 부담감 등을 이유로 운영시간을 줄이는 곳이 늘고 있다.곤지암리조트는 새벽시간 운영하던 심야스키를 당분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정선 하이원리조트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주말(금·토요일) 오후 9시로 운영시간을 단축했다.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는 지난해 자정까지 운영하던 스키장을 올해는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한다. 스키장 관계자는 "야간·심야스키는 리조트에서 먹고 자는 투숙 손님이 많아 객실과 식음 판매실적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수용가능인원 기준 없어 난감한 스키장들 대다수 스키장은 정부의 입장객 제한 지침에 대해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거의 모든 스키장에서 방역 지침에 따를 경우 몇 명의 입장객을 받게 되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평소 입장객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 실외시설의 특성상 수용가능인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정부가 현장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선 이달 초 이미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정부가 뒤늦게 방역지침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복수의 스키장 관계자들은 "코로나 여파로 이미 이용객이 전년 대비 30~40%가량 준 상황에서 인원 제한이 과연 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에서야 부랴부랴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입장객 규모를 정하기 위해 스키장 측과 협의에 들어갔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직장인 A씨(41)는 지난 17일 현대홈쇼핑을 통해 강원 평창의 용평리조트 패키지 이용권을 21만9000원에 구입했다.비싸 보이지만 주중 콘도 객실 1박, 4인 가족의 스키장 리프트, 장비 렌털권, 수영장, 사우나, 눈썰매장 이용권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1인당 리프트 이용권 정가가 8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가다. “가성비 좋은 이용권”이라는 구매 후기가 판매 7일 만에 1100여 개 넘게 올라왔다.국내 주요 스키장이 홈쇼핑과 e커머스 등 유통채널을 통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스키장을 찾는 사람이 줄자 박리다매로 판매에 나선 것이다. 티몬, 위메프 등 특가 행사를 많이 하는 일부 e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판매됐던 스키장 할인권이 판매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지난달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7~2018 시즌의 국내 스키장 이용자 수는 2011~2012 시즌과 비교해 40%가량 급감했다. 협회 관계자는 “680만 명에 달했던 스키장 이용자 수가 6년 새 435만 명으로 감소했다”며 “스키장을 주로 찾는 10~30대의 인구가 줄고 있는 데다 소비 여력이 감소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G마켓이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 벌이는 특가 행사 ‘설 빅데이’에서도 스키장 할인권이 나왔다. 이 기간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 리프트권 주중 4시간 이용 가격은 4만8000원이었다. 이 제품은 전체 판매제품 가운데 매출 11위, 3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롯데홈쇼핑, 티몬 등에서도 곤지암리조트 리프트권이 비슷한 가격에 판매됐다. 홈쇼핑을 통한 판매가 늘어나자 용평리조트 체크인 센터에는 홈쇼핑사별로 체크인하는 광경도 벌어졌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스키는 빠르게 내려갈 내리막길을 천천히 가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내리막길을 잘 제어해야 탈이 없습니다.”만 60세 이상 시니어 스키모임인 ‘오파스(Old People with Active Skiing)’를 이끄는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74)은 “내려가는 법을 배우고 깨닫는 스포츠가 스키”라며 “남을 배려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포항공대, 동숭아트센터 등을 설계한 김 회장은 세계 100대 건축회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간삼건축 창업자다. 인간 중심 건축철학을 퍼뜨린 그는 경기고 재학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겨울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2016년 신병준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한준 한양대 경영대 석좌교수 등과 함께 오파스를 만들었다. 취미로 즐기던 스키를 통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서정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 남승우 전 풀무원 총괄사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등 2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들은 2017년 겨울부터 매년 만 60세 이상이 참가하는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를 열고 있다. 썰매는 스키를 부르는 우리말이다. 올해도 오는 17일 경기 곤지암리조트에서 대회를 연다. 스키에 대한 열정은 물론 나눔을 위한 취지에 공감해야 참여할 수 있다.오파스 전에도 고등학교 동문별 시니어스키 모임이 있었다. 서울고 동문 모임 서설회, 경기고 모임 설목회 등이다. 오파스는 학교 간 경계를 허물었다. 매년 여는 스키대회를 통해 기부금도 모았다. 첫해에는 대한장애인스키협회에 600만원을 기부했다. 2018년부터 매년 스키장 안전 캠페인에 쓰고 있다. 안전수칙 포스터 1000장과 리플릿 1만 장을 전국 스키장에 배포한다. ‘스스로 피하고 멈추는 법 익히기’ ‘앞서 내려가는 사람이 우선’ 등이다. 이 석좌교수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스키타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오파스 회원의 평균 스키 이력은 30년이 넘는다. 스키 베테랑들이지만 ‘스키를 탄다’고 하면 ‘건강에 괜찮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스키는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깨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신 교수는 “지난해 11월에는 시니어 스키 심포지엄을 열고 안전 캠페인을 했다”고 했다.이들이 말하는 스키모임의 매력은 활동성이다. 나이 들면서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사람이 많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모임을 통해 육체는 물론 정서적 활력을 찾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스키대회 참가를 위해 9월부터 준비운동을 한다”며 “자연히 건강관리가 된다”고 했다.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도 보람이다. 이들은 “언제 스키를 못 타게 될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스키를 즐기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