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시 때 클럽과 지면이 이루는 각으로 구질을 확인할 수 있다. 지면과 클럽이 45도를 이루는 것(1번 사진)이 이상적이다. 클럽헤드가 지면과 수평일 때는 슬라이스(2번 사진). 수직일 때는 훅(3번 사진)이 유발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피니시 때 클럽과 지면이 이루는 각으로 구질을 확인할 수 있다. 지면과 클럽이 45도를 이루는 것(1번 사진)이 이상적이다. 클럽헤드가 지면과 수평일 때는 슬라이스(2번 사진). 수직일 때는 훅(3번 사진)이 유발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첫 레슨이 신문에 나간 뒤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인들의 격려 전화가 이어지면서 유명인이 된 듯한 즐거움도 만끽했죠. 관심이 큰 만큼 두 번째 레슨을 쓰려니 책임감도 한층 커지네요. “구질이 라운드 때마다 바뀌는데 필드에서 엑스맨이 어떻게 되느냐. 악성 슬라이스(오른손잡이 기준 오른쪽으로 흐르는 샷)를 고치고 싶다”는 독자들의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레슨 주제를 ‘오늘의 구질’ 찾는 법으로 정한 이유입니다.

구질은 복잡한 요인이 결합해 정해집니다. 스탠스의 형태, 스윙 궤도, 그립의 모양 등 신경쓸 게 한둘이 아닙니다. 왼발이 오른발보다 뒤쪽으로 정렬되면 슬라이스가 나고, 앞쪽으로 서면 훅(오른손잡이 기준 왼쪽으로 흐르는 샷)이 나곤 하죠. 그립도 오른손이 채를 많이 덮을수록 훅이 나고 얇게 덮을수록 슬라이스가 납니다. 여기에 스윙 궤도까지 더하면 머릿속은 지끈거리기 시작합니다. 필드에 나가면 샷하기 전에 수많은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스치며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되는 이유죠. 복잡함을 걷어내줄 힌트는 스윙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저는 ‘피니시’의 모양을 구질의 나침반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피니시는 ‘스윙 블랙박스’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피니시에는 스윙 궤도와 스탠스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구질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채가 지면에 수직으로 떨어질수록 훅이 나고 지면과 수평일수록 슬라이스 볼이 나기 마련이죠. 6시 방향으로 채가 떨어지면 훅, 3시 방향으로 향하면 슬라이스라고 기억하면 편합니다. 기준은 45도입니다. 클럽 페이스가 공과 스퀘어로 맞게 되는 각도죠. 현경이가 경기에 나서 첫 티샷을 할 때 피니시의 각도를 보고 캐디로서 오늘 조언할 방향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피니시 모양은 몸과 팔의 회전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피니시 때 채가 지면과 수직으로 떨어지려면 몸보다 팔이 먼저 돌아야 합니다. 팔이 회전을 주도함에 따라 회전이 빨라지고 임팩트 순간에 채가 닫혀 맞게 됩니다. 손을 치켜드는 형태의 스윙을 했기 때문에 궤도도 인-아웃을 쳤다는 거죠. 훅을 치는 많은 조건이 이 피니시 모양 하나에 담겨 있습니다.

채가 지면에 수평인 피니시는 정반대 스윙의 결과입니다. 몸이 팔보다 빨리 도는 거죠. 몸이 빨리 돌면서 채가 이상적인 스윙보다 늦게 떨어지고, 결국 클럽 페이스가 열린 채로 임팩트를 하게 됩니다. 손의 위치도 아까와 달리 낮은 걸 볼 수 있는데요. 스윙 궤도가 아웃-인이라는 증거입니다.

피니시 모양을 스윙 교정에 응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잘 맞았을 때 스윙을 찍어둔 뒤 필드에서 하는 피니시와 비교하는 식이죠. 특히 필드에서 피니시 자세를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악성 슬라이스’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골프 클럽으로 ‘등짝 스매싱’을 한다는 생각으로 피니시를 잡는 거죠. 응급조치이긴 하지만 효과는 만점일 겁니다. 코스를 벗어나던 공들이 거짓말처럼 페어웨이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KPGA프로
"피니시 모양이 구질 나침반…채가 지면과 수평이면 슬라이스"
장소협찬:포천힐스컨트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