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 하면서도 마음 한쪽엔 K리그가"
"전북은 우승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상대"
울산 사령탑 홍명보 "팬들 우승 갈증 잘 알아…이젠 답해야"
아시아 프로축구 챔피언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고 현장으로 돌아온 홍명보(52) 감독이 팀의 K리그 우승 한풀이를 다짐했다.

지난달 말 울산과 4년 동행을 마무리한 김도훈 전 감독의 후임이자 울산의 제11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 감독은 7일 온라인 방식으로 취임 기자회견을 했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앞서 김광국 울산 대표로부터 꽃다발, 구단 머플러와 함께 11대 사령탑을 의미하는 등번호 '11'이 새겨진 유니폼을 전달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지휘한 뒤 2016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의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 2017년 말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발탁돼 3년 동안 축구 행정가로 일하다 항저우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약 4년 반 만에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홍 감독은 먼저 "오랜만에 현장으로 복귀하는데 시작을 K리그를 선도하는 울산에서 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과 행정가 등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마음 한쪽에는 K리그가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면서 "제 또래 지도자들, 그리고 저와 선수 및 지도자로 많은 인연을 맺은 후배들과 멋진 경쟁을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홍 감독은 당장 다음 달 초 울산 사령탑으로 데뷔전을 치른다.

울산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해 2월 1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한다.

홍 감독은 "클럽 월드컵이 새 시즌을 준비하는 데 큰 변수"라면서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대한민국과 아시아 대표로 참가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홍 감독은 엔트리를 '의리'로 뽑았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사임 기자회견에서 이를 해명하다 K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B급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당시 제게는 K리그를 비하할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처받았을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고는 "K리그는 제가 프로선수로 데뷔한 무대이고 제 축구 인생에서 가장 오래 생활한 곳이다.

축구인으로서 항상 K리그에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울산 감독으로 제가 K리그에 어떠한 진심을 가졌는지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홍 감독의 K리그 사령탑 부임으로 팬들은 기성용(서울)을 비롯해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일굴 때 사제 간의 인연을 맺은 선수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도 크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면서 "저와 같이했던 모든 선수가 제 역할에 집중하고 팬들에게 신뢰받는 게 제게는 큰 선물이다.

저도 울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공격적인 투자로 국가대표급 진용을 꾸리고도 지난 2년 연속 K리그에서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이에 홍 감독은 "더 수준 있는 선수들을 모아 강한 스쿼드를 구성하는 게 세계 축구의 흐름인데 울산도 2년 동안 그랬다"면서 "하지만 전북은 이미 10년 전부터 그런 선수들을 모아왔다"고 차이를 분석했다.

그러고는 "울산이 전북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것만으로도 울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면서 "승부처에서는 자신감과 일치된 목표로 가야 하는 데 거기서 울산이 약간 전북보다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 순간부터 우리 선수들과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기고자 하는 마음, 즉 '위닝 멘털리티'를 강조했다.

울산 사령탑 홍명보 "팬들 우승 갈증 잘 알아…이젠 답해야"
앞으로 울산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를 뜻하는 울산의 슬로건 '올 포 원, 원 포 올'(All for One, One for All)을 언급한 홍 감독은 "선수 각자의 개성은 충분히 살리되 팀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지지하고 보호하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또 "울산 감독 부임과 동시에 우승이라는 숙제를 부여받았다"면서 "목표는 명확하다.

우승이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울산이 2005년 이후 15년 동안 K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해 팬들의 갈증을 잘 안다"면서 "이젠 우리가 답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승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만드는 게 또 하나의 목표"라고도 했다.

"어린 선수들을 팀의 구심점으로 잘 만들어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홍 감독의 약속이다.

아울러 클럽팀에서는 대표팀보다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소통할 시간이 많다는 점을 들면서 "더 공격적이고 화끈한 축구를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라이벌 한 팀을 꼽아달라는 말에는 "울산을 제외한 11개 팀 모두"라고 답했다.

다만, 전북과의 경기에 대한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울산이 K리그 우승으로 가기 위해서 전북은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상대다.

지난 시즌 울산이 더 적게 지고 득점도 앞섰지만, 전북과 맞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해 우승을 놓쳤다"면서 "전북과 경기는 승점 6의 중요성이 있는 경기다.

경쟁 팀에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 시절을 보냈던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와 관련해서는 "포항 구단과 팬들에게는 감사와 존경심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 저는 울산 팬에게 승리를 안겨드리는 감독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겠다"며 잠시 옛정은 접어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