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골프협회장 출마 박노승 "개혁 불쏘시개 되겠다"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골프협회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오는 12일 치러지는 대한골프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노승(67) 후보는 당선 가능성을 자신도 '희박하다'고 서슴없이 말할 만큼 지명도가 낮은 의외의 후보다.

박씨가 선거에 맞닥뜨린 경쟁자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을 6년 동안 역임한 우기정 대구 컨트리클럽 회장(75)과 골프장 4개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아난티의 이중명 아난티 회장 등 명망가들이다.

박씨는 7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선 가능성을 보고 출마한 건 아니다"라면서 "대한골프협회가 진정한 한국 골프의 대표 단체로 거듭나는 개혁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생각에서 출마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전형적인 골프계 인사는 아니다.

삼성전자에서 유럽 수출을 담당하던 직장인이었지만 독일에서 사업을 하면서 아들을 골프 선수로 키우면서 골프 전문가가 됐다.

10년 동안 뒷바라지한 아들(38)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골프 1부 선수로 활약했지만, 프로의 길은 포기하고 지금은 스위스 투자은행에 다닌다.

'골프 대디'로 골프에 흠뻑 빠진 그는 아들이 골프를 그만두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포츠 비즈니스 골프 부문 석사를 따고 골프 전문 서적 2권을 집필했다.

골프 규칙 공부에 매달린 끝에 한국에 스무 명 남짓한 R&A 레벨3 국제심판 자격도 땄다.

2년 동안 대학에서 골프 역사와 룰을 가르쳤고, 대한골프협회에서 경기위원으로 6년 동안 활동했다.

세력과 기반이 없는 그가 애초 회장 출마를 생각한 건 회장이 경선 없이 추대 형식으로 선출되는 게 불합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선이 없으면 공약이 필요 없고, 공약이 없으면 회장의 철학과 임무를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그는 "이번에도 경선 없이 밀실에서 단일 후보가 추대되는 구태는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선거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기정, 이중명 후보가 출마해 경선이 성사됐는데도 끝까지 출마를 강행한 이유도 "두 후보가 막판에 단일화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대한골프협회는 회장 선거 후보 난립을 막으려 출마하려면 5천만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15% 득표를 하지 못하면 5천만원은 고스란히 대한골프협회에 귀속된다.

그는 "5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한골프협회의 변화를 기다리는 숨은 골프인들이 충분히 많아서 15%를 넘길 것으로 본다"면서도 "15%에 미달한다면 한국 골프 발전 기금을 기부했다고 여기고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큰돈을 잃을 게 예상되는데도 가능성이 희박한 회장 선거에 출마한 진짜 이유가 뭘까.

박씨는 "골프의 기본 정신은 정직과 공정"이라면서 "대한골프협회는 정직과 공정이라는 골프의 정신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국 골프의 저변 확대와 골프 전반의 고른 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은 대한골프협회지만 막상 내부는 난맥, 무기력, 밀실 행정 등으로 썩고 있다"는 그는 "개혁은커녕 이런 실정을 알리고 고치자고 말할 기회조차 없었는데 회장 출마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대한골프협회에 가장 실망한 사건은 지난해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을 개최가 무산된 것이다.

그는 "아무도 설명도, 사과도 없었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고 나중에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도 없었다"면서 "대한골프협회가 이대로는 안된다고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라고 밝혔다.

국가대표 전용 골프연습장 건설, 재정 지원 확대, 협회 수입 창출 등 다양한 공약을 내세운 그는 "무엇보다 회장 직책을 무보수·명예직으로 규정한 정관부터 고쳐 회장이 상근하면서 일을 하는 협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인단에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돌리느라 분주하다는 그는 "솔직히 전화를 받은 분들 반응은 그리 따뜻하지는 않더라"면서도 "그러나 한 명이라도 공정과 정직이라는 골프 정신과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면, 내 출마가 헛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