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감독대행→2군 복귀' 최원호 감독의 173일, 그리고 [엑:스토리]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최원호 2군 감독은 2020년을 2군에서 시작해 1군에서 끝냈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정규시즌만 145일, 마무리 훈련까지 173일을 맡은 2020년, 한화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봤다.

지난해 최원호 2군 감독은 갑작스러운 한용덕 감독의 사퇴로 6월 8일부터 감독대행직을 맡았다. 한화가 14연패를 기록하고 있었고, 이제 개막 한 달이 막 지난 시점이었지만 당시 한화에는 이미 시즌이 끝난 듯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기였다. 그때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대행은 우여곡절 끝 연패를 끊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114경기, 145일을 1군을 맡으면서 역대 최장기간 감독대행 기록을 썼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선임되기 전 마무리 훈련까지 이끌면서 1군에서만 173일. 최원호 감독이 `아직 못 가본 2군 구장이 많다`고 웃을 만도 했다.

지난 시즌 간신히 100패를 면한 한화는 결국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최원호 감독대행의 과감한 기용을 발판 삼은 젊은 선수들의 등장과 성장은 분명 눈에 띄는 성과였다. 2021년,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의 변화를 꿈꾸는 한화는 창단 첫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팀은 리빌딩이라는 확실한 방향을 잡았고, 그 한가운데 최원호 감독의 역할은 2군 감독의 자리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길었던 1군 감독대행 업무를 끝내고 2군 감독으로 복귀했다.
▲11월 마무리 훈련을 끝으로 공식적인 1군 업무는 끝이었다. 이제 2군 감독으로 서산에서 신인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14연패 중에 감독대행을 맡았다. 첫날 1군 엔트리 변화가 파격적이었는데, 의견 충돌도 있었다고 들었다.
▲기존 선수들이 많은 비난을 받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인 판단에서는 그 화살의 방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하는 동시에 기존 선수들이 충전할 시간을 주면서 서서히 원상태를 만들고 싶었다. 주전을 모두 빼는 그런 큰 변화가 구단으로선 겁이 났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과감하게 바꿀 건 다 바꿔보고, 안 되면 다시 원위치가 되더라도 대대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봤다.

-18연패를 끊었을 때의 느낌은.
▲아무래도 선수들이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플레이에 긴장을 많이 하더라. 관중도 없는데(웃음). 솔직히 18연패 할 때까지는 정신이 없었고, 18연패가 되면서 언론에서도 그렇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니 부담은 됐다. 일단 기존 선수들을 1군에서 내렸으니 열흘만 몸으로 맞으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 열흘이 정말 힘이 들었다. 더군다나 19연패가 걸린 경기에서 비까지 오면서 뭔가 꼬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스펜디드 경기가 되고, 사실 2차전 선발이었던 서폴드를 당겨쓰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루틴을 지켜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1차전을 이겼고, 연패를 끊어서 다행이었다.

'1군 감독대행→2군 복귀' 최원호 감독의 173일, 그리고 [엑:스토리]

-감독대행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다. 처음 대행을 맡고 6선발을 얘기했지만 외국인선수들의 루틴상 할 수 없었다. 당사자들이 싫다고 하는데 어떡하겠나. 반대로 선수 때 크게 못 느꼈지만 운영하면서 많이 느낀 부분도 있다. 야구의 승패에서 7~80%는 투수, 그 안에서는 선발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야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인데, 이런 것들을 확실히 느꼈다. 선발이 대여섯 점을 먼저 주면, 특히 우리는 좋은 타선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를 끌고 가기 쉽지 않았다. 결국 흐름 측면에서 경기 중반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야수 쪽은 정경배 코치에게 많이 의존하고 투수 쪽에 집중했는데, 불펜 기용에 있어 안 던진 투수가 몇 명이고 내일 경기가 있냐 없냐 등을 고려해서 불펜 가용 인원을 몇 명으로 놓을 것인가, 이런 것들을 많이 배웠다.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웃음).

-경기 중 메모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나.
▲경기 흐름을 머리로 모두 알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미스가 생길 수 있어 기록하면서 흐름을 봤다. 데이터팀에서 주는 자료도 참고해 운영할 때 필요한 데이터들을 미리 적어놓고 경기를 보고 상황을 보면서 대입시켰다. 투입 가능한 투수, 가능한 투구수, 최근 컨디션, 상대 타자까지. 우리 투수의 장점을 맞출지, 상대 타자의 단점에 맞출지 그런 것들을 계산하는 거다. 이런 것들을 하려면 여러 데이터를 봐야 하는데, 바로 볼 수 있게 세팅을 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결과야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기용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시즌 막바지 '감독 운영에 대한 평가는 1년이 지난 후에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처음에 나도 선수를 파악하는 데 몇 개월이 걸렸다. 2군에서 봤던 어린 선수들 파악은 그나마 짧았다면 1군에서만 있던 선수들은 나도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 파악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단순히 기록만 놓고 선수의 실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성격이나 성향, 스타일, 행동까지도 다 봐야 선수의 컨디션을 볼 수 있다. 그런 건 수치화 되지 않는다. 그래서 1년 정도는 미스가 있는 것도 당연할 수 있고, 감독 운영에 대해 평가하는 건 위험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1군 감독대행→2군 복귀' 최원호 감독의 173일, 그리고 [엑:스토리]

-그래서 이번 시즌 감독대행을 맡았던 최원호 2군 감독의 역할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육성으로 방향을 잡은 팀에 외국인 감독이 부임했다.
▲아직은 수베로 감독님이 선수들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물어볼지 모른다. 내가 물어보고 싶은 건 준비해서 물어볼 거고, 수베로 감독님이 궁금한 걸 물어봤을 때 내가 얘기하는 거다. 오지랖 떨 생각은 없다(웃음). 물어보면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답을 주는 거고, 안 물어본다면 그분의 운영 구상에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다.

-수베로 감독의 선임을 반겼다고 들었다.
▲선수들의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는데, 전체적인 분위기 변화에 괜찮겠다 생각했다. 선수들이 새로운 문화를 가진 코칭스태프 밑에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얻는 것도 있을 거고, 본인이 가진 잠재력을 터트리는데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분들이 와서 선수들과 잘 호흡해서 잠재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주면 이 팀이 진짜 크게 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냉정하게 말해 당장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 발휘를 출발점으로 보고, 필요한 포지션은 외부 영입도 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한다면 수베로 감독님 임기 안에는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과 통화로나마 인사를 나눴다고 하던데.
▲일단 가벼운 인사만 나눴다. 한국에서 만나 이야기하겠지만, 나도 수베로 감독에게 많이 물어보려고 한다. 마이너리그 운영에 대해 그동안은 마이너에서 생활했던 선수들이나 국제 스카우트 담당에게 듣는 얘기들이 다였다. 미국에서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고 훈련은 또 어떻게 하는지, 어떤 시스템을 가졌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보고 싶다.

-아직 많은 시간을 보진 않았지만 신인들은 어떤지.
▲아직 프리배팅이나 경기를 보지 않아서 스타일만 볼 수밖에 없지만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하드웨어도 좋고, 기존 선수들과 비교해 봤을 때도 충분히 주전으로 육성을 시킬 만한 좋은 선수들이 많다.

-올해 한화 이글스 2군의 목표는.
▲작년에도 강조하고 지금도 얘기하는 건, 육성의 포커스는 '야수는 주전, 투수는 선발'이다. 우리가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떤 선수들을 주전으로 우선 육성할 것인지 그 순번을 매기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 연장선에 군 문제가 있다. 무조건 빨리 보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고졸 선수와 대졸 선수가 또 다르고, 현재 기량과 장래성, 포지션 중복 등을 종합한 경쟁력을 생각해서 기준을 잡을 필요가 있다.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고 틀을 만들어야 그게 결국 시스템이 된다.

'1군 감독대행→2군 복귀' 최원호 감독의 173일, 그리고 [엑:스토리]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