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회원권 시장 호황이 1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로 시중에 풀린 뭉칫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갈 곳을 잃은 레저 수요가 골프장으로 한꺼번에 쏠린 게 불쏘시개가 됐다.

골프회원권 시장 호황…2배 오른 남촌CC 12억 최고
국내 최대 회원권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이 집계하는 ‘에이스피(ACEPI)’는 24일 1027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 초(845.5포인트)보다 21.4% 오른 수치. 에이스피는 2005년 1월 1일 기준(1000포인트)으로 시장 현황을 반영해 매일 호가 등락을 표시하는 시세 지수다. 국내 116개 골프장의 173개 세부 회원권 시세를 가중평균해 도출한다.

회원권 르네상스 시대는 3억원을 넘는 초고가 회원권이 이끌고 있다. 회원이 300~500명에 불과해 부킹 대란을 피할 수 있는 데다 투자가치가 큰 ‘똘똘한 회원권’을 구하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

경기 광주 남촌CC 회원권 가격은 올해 초 6억원에서 이달에는 12억5000만원으로 108.3% 올랐다. 에이스회원권에서 거래되는 회원권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다. 연초 4억7000만원이었던 경기 남양주 비전힐스CC 회원권은 지난 6월 6억5000만원을 찍더니 연말에는 9억원으로 올랐다. 연초 대비 상승률이 91.5%다. 에이스 회원권이 발표하는 초고가 회원권 지수는 올 한 해 1068.5에서 1663.8로 55.7% 상승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부킹 대란’도 실수요자들의 구매 욕구에 불을 댕겼다는 분석이다. 대중제 골프장을 통한 예약 자체가 어렵다보니 회원권 매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초고가 회원권에서 시작된 매수세가 실수요자들이 쓰는 주중 회원권이나 중저가(2억원 이하) 회원권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이다.

경기 안성베네스트CC의 주중 회원권 가격은 연초 3200만원에서 이날 5400만원을 기록하며 68.8% 올랐고, 같은 기간 제주 크라운CC 주중 회원권 가격도 45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66.7% 뛰었다. 경기 여주 금강CC 회원권 가격은 48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87.5% 상승했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본부장)는 “올해 무기명 회원권이 시장에서 씨가 마르면서 대체재로 초고가 회원권이 날개를 달았다”며 “백신 등이 보급돼도 해외 골프 여행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회원권 시장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