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로 형사 고발된 축구 국가대표 출신 석현준(29·트루아)은 대표적인 '저니맨'이다.

190㎝에 83㎏의 건장한 체격과 힘에 스피드까지 갖춘 석현준은 유소년 때부터 유망주 공격수로 이름 날렸다.

신갈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9년 불과 18살의 나이에 네덜란드로 건너가 명문 아약스 21세 이하(U-21) 팀에서 일종의 '입단 테스트'를 받은 그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그해 10월 이 클럽과 프로 계약까지 체결한다.

그러나 이후 한 팀에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여러 팀을 떠돌아다녔다.

이적과 임대, 임대 해제로 소속팀이 바뀐 게 14번이나 된다.

유럽 도전 초기 그를 향한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그가 어떻게 병역 문제를 해결할지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한국 스포츠 선수가 가장 깔끔하게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올림픽에서 동메달,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석현준에게 그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25세이던 석현준은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아 와일드카드로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신태용호는 8강에서 온두라스에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3골을 책임졌던 석현준으로서는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는 대회였다.

석현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와일드카드 후보로 황의조(보르도)와 함께 거론됐다.

당시 일본 J리그에서 뛰던 황의조보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석현준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다소 우세했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를 선택했다.

황의조가 대회 최다 9골로 김학범호의 금메달 획득에 앞장서면서,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축구계에서 석현준의 병역 문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축구선수의 차선책은 국군체육부대 상무에 입단해 K리그에서 뛰는 것이다.

상무 지원 상한 연령은 만27세까지다.

1991년생인 석현준이 상무 입대를 고려했다면 2018년에는 국내 무대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해에도 여전히 프랑스 무대에서 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소집된 그해 10월 석현준은 "병역을 연기할 방법을 찾고 있다.

아직 진행 중인 과정이어서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면 공개하겠다.

절대 병역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의 시선은 여전했다.

당시 석현준이 부모와 함께 유럽 국가에서 영주권을 얻어 37세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병역을 사실상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축구계에 나돌기도 했다.

결국 석현준은 병역을 합법적으로 연기할 방법을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은 석현준이 만 28세였던 지난해 4월 1일 전에 귀국했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병역법 위반 혐의로 그를 형사고발하고,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올렸다.

석현준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투병했고, 8월에는 아들이 태어나는 경사를 맞았다.

허벅지 부상으로 2달간 회복에 전념하던 석현준은 최근 2경기에 연속 교체 출전하며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던 중 '병역기피자'로 낙인찍히는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대한축구협회는 "향후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공정위원회를 거쳐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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