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최고의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마스터스는 아시아권 국가에는 ‘넘사벽’으로 불려왔다. 올해까지 84회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우승은 물론 준우승 한 번 배출하지 못해서다. 가장 좋은 성적이 2004년 최경주(50)의 단독 3위다. 이 기간 미국은 37명(우승 61회)의 챔피언을 배출해 골프 최강국의 지위를 확고하게 다졌다.

첫 출전에 챔피언조…임성재, 존슨과 '그린재킷' 경쟁
15일(한국시간) ‘아기곰’ 임성재(22)가 마스터스토너먼트 최종 라운드를 챔피언조로 경기하는 자체부터가 ‘역사적 의미’를 띠는 배경이다. 임성재는 이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12언더파로 아시아 골프 역사를 새로 쓸 기회를 만들었다. 단독 선두 더스틴 존슨(16언더파), 에이브러햄 앤서(29·멕시코)와 함께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하게 됐다.

임성재는 “코스가 한국 선수들과 잘 맞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이 대회를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밤샘 응원을 해주시는 팬 여러분들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우승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첫 출전에 챔피언조…임성재, 존슨과 '그린재킷' 경쟁
임성재가 우승하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이자 메이저대회 첫 승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2009년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양용은(48)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챔프가 된다. 또 마스터스 역사상 세 번째 ‘대회 첫 출전 우승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지금까지 대회 첫 출전자 우승은 대회 초대 챔피언인 호튼 스미스(미국)와 2회 우승자인 진 사라센(미국) 그리고 1979년 우승자인 퍼지 죌러(미국) 등 세 명이 전부다. 마스터스토너먼트 대회로서는 죌러 이후 41년 만에 첫 출전 우승자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국은 마스터스 챔피언을 배출한 12번째 국가가 된다. 지금까지 마스터스 챔피언을 낸 국가는 미국을 포함해 11개 국가에 불과하다. 비(非)미국 국가 중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페인이 나란히 5회 우승으로 최다승 2위를 달리고 있다. ‘샷의 달인’ 닉 팔도(63)가 혼자 3승을 책임진 잉글랜드가 4회 우승을 달성했고, 베른하르트 랑거(63)가 두 차례 우승한 독일이 뒤를 잇고 있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피지,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도 한 차례씩 우승의 영광을 경험했다.

그린 재킷을 가장 많이 입은 사람은 오거스타내셔널GC를 여섯 번 정복한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80)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가 다섯 번 그린 재킷을 입으며 그 뒤를 쫓고 있다. 우즈는 1997년 흑인 최초 우승은 물론 최연소(21세3개월14일) 최다 타수 차 우승(12타) 등 진기록도 수립했다. 역사상 최초로 ‘두 번의 타이틀 방어’ 진기록을 노렸던 우즈는 이번엔 뜻을 이루기 어렵게 됐다. 5언더파 공동 20위에 머물면서 선두 존슨과 11타 차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아닌 사람으로 처음으로 그린 재킷을 입은 사람은 1961년 우승자인 남아공의 게리 플레이어(85)다. 플레이어는 마스터스 최다 출전(52회)과 최다 연속 본선 진출(23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