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감독 지휘 속 '잔류왕 DNA' 부활…A매치 기간 무고사 지키는 등 호재도
15경기 무승으로 시작한 인천, 올해도 반전의 '생존 드라마'
올해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생존'이었다.

2020년 인천의 시작은 유독 힘겨웠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하위권 경쟁 팀인 경남FC와 어렵게 비겨 10위로 잔류에 성공한 뒤 '내년에는 이런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고 다짐했지만, 새로운 해의 시작은 도돌이표였다.

지난 시즌 막바지 췌장암 투병 중에도 팀의 생존을 이끈 유상철 감독이 치료를 위해 명예감독으로 물러나고 임완섭 감독과 함께 새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개막 2경기 무승부 이후 팀 역대 최다인 7연패를 당했다.

이후 6월 28일 임완섭 감독이 물러나 이번 시즌 중 가장 먼저 사령탑이 떠난 팀이 됐다.

이후 임중용 수석 코치 체제로 운영되는 가운데 후임 감독 선임 과정이 난항을 겪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감독 복귀를 추진했으나 무리수라는 비판 속에 백지화했고, 수원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임생 감독 영입을 시도했다가 계약 성사 직전 불발됐다.

성적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며 '올해만큼은 인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경기 수가 줄어 마음은 더 급해졌다.

그러다 14라운드 이후인 8월 7일 조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반전이 시작됐다.

조 감독 체제 첫 경기인 8월 9일 15라운드에서도 성남FC에 0-2로 져 5무 10패에 그쳤으나 8월 16일 16라운드 대구FC를 1-0으로 물리치고 마침내 1승을 해냈다.

다음 경기에선 수원 삼성을 1-0으로 격파하고 시즌 첫 연승까지 기세를 이어갔다.

'가을 인천'의 '잔류왕 DNA'가 깨어나며 하위권은 혼전의 연속이었다.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이 거듭됐다.

이런 가운데 9월부턴 두 차례 A매치 기간에 몬테네그로 국가대표인 주포 무고사가 차출될 처지에 놓이면서 위기가 다시 찾아오는 듯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의무 차출 규정이 바뀌며 그를 지켜낸 덕에 인천은 전력 누수를 막아낼 수 있었다.

후반부 선전 속에도 최종 27라운드를 앞두고 여전히 최하위였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지막 힘을 짜내는 데 익숙한 인천은 이번에도 끝내 살아남았다.

31일 FC 서울과의 운명의 '경인 더비'를 1-0으로 잡고 최하위 바로 위인 11위로 생존을 확정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한 회심의 카드인 '임대생' 아길라르가 터뜨린 한 방이 '생존 드라마'를 완성했다.

조성환 감독은 서울전 승리로 잔류를 확정한 뒤 "많은 분이 인천을 강등 1순위라고 했지만,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고 오늘은 그 느낌표에 마침표를 찍었다"면서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열매를 맺었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주장 김도혁은 "조성환 감독님이 오셔서 희망과 목표를 만들어주셨다.

여기에 여름 이적시장에서 구단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주셨고, 임대 선수들이 녹아들어 하나의 팀이 되며 잔류라는 결과를 만든 것 같다"고 요인을 꼽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