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망했네, 망했어. 안 울려고 했는데.`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 이동국의 은퇴 기자회견, 이동국은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대개 은퇴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갖는 선수들은 자신이 지나온 세월을 더듬고, 마지막을 이야기하다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하지만 이동국은 차분하게, 때로는 너스레를 섞어가며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눈물이 보여도 기자회견에서의 눈물은 이동국의 계획 속에 없었다. 이동국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경기에 대해 얘기하며 `보통 은퇴할 때 울더라. 나는 울지는 말자 생각하고 있는데, 슬퍼서 우는 것보다 기쁨의 눈물이라면 얼마든지 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은 내달 1일 대구와의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이동국의 마지막 경기다. 이동국은 `선수들이 화려하게 보내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결국 이동국은 가족 이야기를 하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동국은 `어저께 늦게까지 부모님과 얘기를 하면서, 아버님께서 내일 은퇴 기자회견을 하니 아버님 본인도 이제 은퇴를 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전하며 복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동국은 떨리는 목소리로 `프로 생활 23년이라고 하지만 아버님은 내가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뒷바라지를 해주셨기 때문에 30년 넘게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컥한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본인도 이제 은퇴를 하겠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찡했다`고 말한 뒤 `부모님께 그동안 고생하셨고, 은퇴하셔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그는 이내 `부모님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며 `망했네, 망했어. 안 울려고 했는데`라고 말해 잔잔한 웃음을 안겼다.

이동국은 `이제 한 경기면 '축구선수 이동국'이라는 타이틀은 쓸 수 없다는 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평생 축구선수로 살다가 '전 축구선수'로 소개된다는 것에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응원해준 팬 여러분들,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 한 경기까지, 마지막까지 투혼을 넣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수로서 준비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담담했던 23년 차 베테랑, 아버지 이야기에 '울컥'


eunhwe@xportsnews.com / 사진=전주,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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