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프로 골프 투어인 ‘PGA투어 챔피언스’가 ‘무서운 신인’들의 융단 폭격을 받고 있다. 어니 엘스(남아공)와 짐 퓨릭(미국)이 순식간에 2승씩을 챙기더니 ‘연습 삼아’ 투어에 뛰어든 필 미컬슨(50·미국)까지 멀티 챔프에 가세했다. 이들 세 명이 올해 열린 대회 13개 중 거의 절반을 휩쓴 셈이다.

미컬슨은 19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버지니아CC(파72·7025야드)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도미니언 에너지 채리티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199타를 친 미컬슨은 2위 마이크 위어(50·캐나다)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다.

챔피언스투어는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활약한다. 1970년생인 미컬슨은 지난 8월 투어 데뷔전인 찰스슈와브 시리즈 대회에서 시니어 투어 첫승을 올렸다. 이번 대회까지 2전 2승이다.

그에게 챔피언스투어 무대는 좁았다. 이 대회에서 347야드에 달하는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등 파워 골프를 과시한 그는 그린 적중률(72.22%), 파세이브율(66.77%) 같은 쇼트 게임 척도에서도 한 수 위 기량을 선보였다. 타이거 우즈(45·미국)는 “미컬슨이 마음만 먹으면 챔피언스투어의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챔피언스투어는 루키가 활약하기에 딱 좋은 무대다. 체력 좋은 세계 정상급 신인들이 ‘가장 어린 나이에’ 진입하는 데다 대회 기간이 3라운드로 짧고 코스 전장도 길지 않다. 도미니언 에너지 채리티 대회와 같은 기간 열린 CJ컵 대회 코스(섀도 크리크) 길이는 7527야드에 달한다. 버지니아CC 코스가 정확히 502야드 짧다.

‘살아있는 전설’들이 대거 합류한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신인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 시즌 13번 열린 챔피언스투어 대회 가운데 8개 대회를 루키들이 석권했다. 미컬슨과 퓨릭, 엘스 외에도 셰인 버츠, 브랫 퀴글리(이상 미국)가 1승씩을 추가했다. 미컬슨은 PGA 정규투어에서 45승을 기록했고, 엘스가 19승, 퓨릭이 17승을 올렸다. 이 중 미컬슨과 엘스는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미 헌액됐다.

루키들의 활약은 터줏대감들에게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63)는 그동안 41승을 올리는 등 ‘절대자’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랑 1승만을 거뒀을 뿐이다.

반면 투어는 반색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스타급 거물 신인들이 합류하면서 투어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5년 뒤에야 챔피언스투어 데뷔가 가능한 우즈의 조기 등판을 위해 기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위크는 “의학과 신체 관리 기법, 장비 등의 발달로 챔피언스투어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펼쳐진다”며 “왕년의 스타들에 대한 추억과 높은 경기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만큼 대중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