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텍캐리어 챔피언십의 또 다른 승자가 있다던데…
“챔피언보다 후원사가 더 유명해진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지난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오텍캐리어챔피언십의 챔피언은 둘이라는 얘기가 골프계에서 나오고 있다. ‘92전93기’로 무명 설움을 떨쳐낸 안나린(24)과 또 다른 승자가 있다는 얘기다. 주인공은 대회 스폰서사인 오텍캐리어다.

이 회사는 특장차 제작과 산업용 냉장, 에어컨 등 기업 간(B2B)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하는 탓에 브랜드가 일반 소비자들에 친숙하진 않았던 게 사실. 이번 대회 이후 ‘상전벽해’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언이다.

오텍그룹은 대회를 코로나19 방역 관련 첨단 기술을 알리는 ‘공공홍보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짰다. 계열사인 한국터치스크린이 생산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비접촉 체온 측정을 했고, 홀인원 경품으로 ‘에어로 18단 캐리어 에어컨’을 거는 식이다. 오텍그룹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음압 구급차’가 하루 종일 TV 화면에 잡힌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의 또 다른 승자가 있다던데…
골프대회를 전시회처럼 꾸미자는 아이디어는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사진)이 직접 냈다. 강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전시회가 취소되면서 남은 예산으로 국민에게 주목받는 대회를 열면 필드에서 펼치는 쇼케이스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업도 했냐며 물어오는 전화가 아직도 많다”고 했다.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인 서울차체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며 골프를 접한 강 회장은 보기플레이어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갖추고 있다. 각별한 골프 사랑만큼이나 묵묵히 대회와 선수들을 후원해왔는데,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텍그룹은 2013년부터 KLPGA투어 신예들이 참가하는 ‘캐리어에어컨 루키챔피언십’을 매해 열고 있다. 강 회장은 “연이은 대회 취소로 골프선수와 관계자들의 생활이 어렵다는 KLPGA 협회 고위 관계자의 토로를 듣고 2시간도 안돼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