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서 마무리로 보직 바꾼 뒤 한 달 만에 기다리던 세이브
'첫 세이브' 이영하의 고백 "사인 미스 후 병살타 나와"
"이런 자리, 오랜만이네요.

"
이영하(23·두산 베어스)가 더그아웃에서 2m 이상 떨어져 기다리는 취재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선발 투수였을 때는 일주일에 두 차례 인터뷰하기도 했던 이영하는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뒤, 취재진 앞에 설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이영하는 2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개인 통산 첫 세이브를 올렸고, 취재진과 인터뷰했다.

이날 두산은 7회까지 무안타에 그쳤지만, 8회말 2사 1, 3루에서 김재환이 팀의 첫 안타이자 결승타를 쳐 1-0으로 승리했다.

두산 마무리 이영하는 1-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8월 2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 등판한 이후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이영하는 3번째 찾아온 기회에서 첫 세이브를 올렸다.

앞선 두 차례 기회에서는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이영하는 "'언젠가는 세이브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당연히 세이브를 빨리 거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말 공격을 하는 홈팀이니까) 8회말에 점수를 얻지 못하면, 이후에는 팀이 점수를 내면 (세이브 투수 없이) 끝내기 승리를 거둔다.

그래서 8회에 점수가 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가 바란 대로 두산 타선은 8회말에 점수를 얻었다.

세이브를 얻는 건, 쉽지 않았다.

이영하는 첫 타자 대니얼 팔카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는 "'초구는 치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쉽게 공을 던졌는데, 팔카가 초구를 공략했다.

'오늘도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이영하에게 운이 따랐다.

이영하는 후속 타자 이원석을 초구 시속 150㎞ 직구로 유격수 앞 병살타 처리했다.

이영하는 "사실 포수 박세혁 선배가 '1루 견제' 사인을 냈다.

그런데 어둡고 포수 근처에 그늘이 생겨서 내가 세혁이 형의 신호를 '바깥쪽 직구' 사인으로 봤다"며 "경기 뒤에 세혁이 형이 '1루 견제 사인이었다'라고 말씀하시더라"라고 털어놨다.

운이 따르긴 했지만, 그만큼 이영하가 묵직하고 빠른 직구를 던졌기에 두산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영하는 강한울을 공 3개로 2루 땅볼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그토록 기다렸던 개인 통산 첫 세이브를 이렇게 공 5개로 만들었다.

'첫 세이브' 이영하의 고백 "사인 미스 후 병살타 나와"
이영하는 한국 야구가 기대하는 '우완 정통파 선발 요원'이었다.

지난해에는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활약하며, 두산 토종 에이스 역할도 했다.

올해도 두산 3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발 등판한 19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했다.

마침 마무리 요원이었던 함덕주가 선발 전환을 희망하고, 이영하도 "올해는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사를 전해 김태형 감독은 둘의 보직 맞바꿨다.

이영하는 마무리로 자리를 옮긴 뒤 10경기에서 2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0.75로 호투 중이다.

이영하는 "올해 선발로 등판해서 너무 성적이 나빴다.

짧은 이닝 동안 내가 가진 힘을 쏟는 자리가 올해는 더 나을 것 같았다"며 "2020년은 마무리 역할을 잘하고, 내년에 다시 선발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