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현 체육회장 IOC 위원직 유지 매개로 한 두 단체 분리론에 '쐐기'
체육회 대의원, 체육회-KOC 분리 반대 결의…신문에 광고도 게재(종합)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이 체육회(KSOC)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를 반대하는 결의문을 31일 발표했다.

체육회 대의원들은 '대한체육회-올림픽위원회(NOC) 기능 분리 반대'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 결의문을 일간스포츠, 스포츠경향 등 스포츠전문지에 광고로 실었다.

체육회 대의원, 체육회-KOC 분리 반대 결의…신문에 광고도 게재(종합)
이들은 먼저 스포츠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과 비위 사건에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깊은 자성과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스포츠 (성)폭력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체육회에서 올림픽위원회(NOC) 기능 분리를 주장하는 것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체육회 대의원들은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의 갈등 해소를 위해 2016년 통합 체육회가 출범해 이제 4년이 지난 시점에서 NOC 기능 분리를 논하는 것은 또 다른 체육 단체 이원화라며 애초 체육 단체 통합 취지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 체육 정책의 불안감과 불신감을 증폭하고 체육인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체육회 대의원들은 아울러 체육계 내부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강제로 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독선적이라며 2024년 동계청소년올림픽 개최와 2032년 남북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소지가 다분하다고 전망했다.

체육회 대의원은 62개 회원종목단체와 17개 시도체육회 대표 121명으로 구성됐다.

동·하계 올림픽 종목은 대의원을 2명씩 둘 수 있고, 나머지 종목과 시도체육회에 배정된 대의원은 1명씩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달 11일에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이 결의문을 의결했고, 모든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해당 결의문을 채택해 31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1920년 발족한 조선체육회(체육회의 전신)와 1948년 출범한 KOC는 잦은 마찰을 빚던 중 분리와 통합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거친 끝에 2009년 전격 통합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NOC 자격을 얻어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체육 기구로 엘리트 스포츠 전반을 이끌어왔다.

2016년에는 생활 체육 단체인 국민생활체육회와 합쳐 통합 체육회로 발돋움했다.

체육계 구조 개혁을 위해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성적 지상주의로 얼룩진 엘리트 체육 정책을 개선하고 (성)폭력 등 체육계 적폐를 근절하기 위한 혁신안 중 하나로 지난해 KOC와 KSOC의 분리를 권고했다.

체육회장 선거 정관 개정과 이기흥 회장의 IOC 위원직 유지가 맞물린 상황에서 나온 대의원 결의문은 체육회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체육회-KOC 분리에 따른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유지 시나리오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공개로 밝힌 것이라 더욱 시선을 끈다.

체육회는 올해 4월 이기흥 체육회장이 회장 직을 유지한 채 내년 1월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관 24조 회장의 선출 관련 부분에서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회장의 임기 만료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대목 중 90일 전 회장직 '사직'을 '직무 정지'로 바꾸는 정관 개정을 의결했다.

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출된 이 회장이 IOC 위원직을 유지하려면 NOC 대표를 관둬서는 안 된다.

NOC 대표를 사직하는 순간 IOC 위원 직무도 정지된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체육회의 정관 승인을 4개월 이상 미뤄 논란을 키웠다.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자 정치권과 문체부가 체육회와 KOC 분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두 단체를 분리해 이기흥 현 체육회장이 IOC 위원직을 유지하면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국익을 수호할 수 있도록 국제종합대회 등 엘리트 체육을 전담하는 KOC 회장에 전념토록 한다는 게 첫 번째 노림수다.

생활 체육 중심의 체육회 회장은 새로 선출하면 된다는 게 두 번째 목표다.

그러나 체육회는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유지를 매개로 한 체육회와 KOC의 분리 구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최고 의사 결정체인 대의원 총회 결의문으로 쐐기를 박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