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김한별, 연장서 버디 잡고 생애 첫 우승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2년차 김한별(24·사진)은 ‘헝그리 골퍼’다. 부모 모두 교사인 그는 3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골퍼 꿈을 꾸는 막내 아들을 위해 그의 부모는 공무원 연금을 당겨 쓸 정도로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지난해 신인으로 우승 없이 상금 1억1000여만원을 모았을 때도 “부모님 공무원 연금을 복구할 때까지 아무것도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달 열린 KPGA코리안투어 KPGA오픈 연장 1차전에서 나온 퍼트는 김한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할 실수였다. 당시 그를 포함해 우승을 차지한 이수민(27) 등 3명이 연장에 돌입했는데, 김한별은 아이언 샷을 잘 치고도 1m가 안 되는 퍼트를 놓쳐 우승 경쟁에서 탈락해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30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GC(파72·7209야드)에서 열린 헤지스골프KPGA오픈(총상금 5억원) 최종라운드. 이날만 8타를 줄인 김한별은 데뷔 동기인 이재경(21)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재경의 티샷이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꿰뚫으며 안착했고, 김한별의 티샷도 페어웨이를 찾았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티샷이 짧은 김한별이 먼저 아이언 샷을 쳤다. 공은 홀 쪽으로 향하더니 약 1.5m 앞에 멈춰섰다. 홀에서 먼 곳에 티샷을 떨군 이재경의 버디 퍼팅이 홀을 비껴갔다. 이어진 김한별의 버디 퍼팅은 컵 한가운데로 향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우승이 확정되자 눈물을 한참이나 쏟아낸 김한별은 “아버지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고 했다.

대회마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KPGA코리안투어에 또 한 명의 스타가 배출됐다. 김한별은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낚아채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하며 동타를 기록한 이재경과 연장에 돌입했고,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꽂아넣어 역전승으로 생애 첫 승을 완성했다. 대회 초대 챔피언 자리까지 차지한 그는 우승상금 1억원을 챙겼다.

김한별은 “우승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우승)퍼트할 때 많이 떨리기도 했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될 대로 돼라’는 마음으로 많은 생각 없이 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종라운드에서 선두 그룹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김한별은 전반에만 7타를 줄였다. 9개 홀에서 2개 홀을 제외하고 모두 버디를 잡았다.

2타 리드를 안고 간 후반에는 지키는 플레이를 했다. 버디는 13번홀(파4)에서 낚아챈 것이 유일했다. 17번홀(파5)에선 그린 뒤로 넘어가 러프에 빠진 샷을 홀 옆에 붙여 간신히 파 세이브를 했다. 18번홀(파4)에선 티샷이 우측으로 빗나갔으나 침착하게 파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결국 우승으로 연결했다. 이재경은 약 1년 만의 투어 2승에 도전했지만, 세 살 차이 동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을 기록했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톱10’에 입상하며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유송규(24)가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 단독 3위에 올랐다. 지난주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이태희(36)는 16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KPGA코리안투어는 한 주 휴식 뒤 다음달 10일부터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GC에서 열리는 ‘메이저급’ 대회 제36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4억원)으로 일정을 이어간다. 이 대회는 지난해 코리안투어·아시안투어·일본투어 등 3개 투어가 공동 주관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코리안투어 단독 주관 대회로 열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