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올 시즌 최고 역투'
속에 '마차도 티셔츠' 입은 샘슨 "사실 내 아이디어였어요"
'백조'로 탈바꿈한 롯데 샘슨 "시즌 끝까지 오늘처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원투펀치' 댄 스트레일리(32)와 아드리안 샘슨(29)이 뒤바뀐 것 같은 경기였다.

샘슨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스트레일리가 4이닝 10피안타 6실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소 이닝 및 최다 피안타·최다 실점의 악몽을 쓴 다음 날, 샘슨이 눈부신 반전을 일으켰다.

사실 샘슨은 그동안 '미운 오리 새끼'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현역 빅리거'였던 샘슨은 올해 롯데의 1선발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부친상으로 미국에 다녀온 뒤 2주 자가격리를 거쳐 뒤늦게 시즌을 시작한 샘슨은 그 여파 탓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7패 평균자책점 7.20에 그쳤다.

선발 평균 소화 이닝은 고작 4⅓이닝에 불과했다.

샘슨이 기대치를 밑돈 반면 스트레일리는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우뚝 섰다.

스트레일리가 올 시즌 자신의 공을 받는 포수 김준태의 모습을 TV 중계 화면에서 캡처한 뒤 티셔츠로 제작해 팬들의 큰 호응을 얻은 데 이어 후속작으로 딕슨 마차도, 전준우 등을 모델로 티셔츠를 제작하는 등 팀에 빠르게 녹아든 데 반해 샘슨은 겉도는 이미지가 강했다.

'백조'로 탈바꿈한 롯데 샘슨 "시즌 끝까지 오늘처럼"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샘슨은 스트레일리가 무너진 다음 날, KBO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으로 3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내고 '백조'로 변신했다.

경기 후에 만난 샘슨은 "오랜만에 많은 이닝을 던져서 기분 좋다"며 "투구폼을 연구하고 수정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샘슨은 햄스트링 부상을 털어내고 지난 13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으나 1이닝 6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는 "당시에는 부상 부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오늘은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던진 것이 구위에서도 좋은 모습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샘슨은 "사실 안 좋은 경기가 쌓이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때 스트레일리, 마차도 등 모든 팀원이 라커룸에서 격려해줬다.

팬들의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도와줬다"며 "그 마음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다짐하고 마운드에 들어갔다.

6회까지 강한 정신력을 유지한 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고 전했다.

'백조'로 탈바꿈한 롯데 샘슨 "시즌 끝까지 오늘처럼"
인터뷰 중에도 반전이 있었다.

샘슨은 취재진과 스트레일리와 관련한 얘기를 이어가다가 트레이닝복 상의를 들어 올렸다.

그 안에는 유격수 마차도가 수비하는 사진에 '마차도한테 치지 마'라고 쓰인 '마차도 티셔츠'가 숨어 있었다.

그는 "사실 스트레일리가 제작한 마차도 티셔츠는 내 아이디어였다.

스트레일리 덕분에 더욱 한국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샘슨은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남은 목표"라며 "스트레일리는 지금처럼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나는 오늘같이 계속 던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