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 시장에도 동학개미가? ‘부킹 대란'에 회원권도 폭등
골프 회원권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올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폭등세가 하반기 들어서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갈 곳을 잃은 레저 수요가 골프장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회원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9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회원권 시장

14일 골프장 회원권 전문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이 회사 회원권 종합지수인 ‘에이스피(ACEPI)’는 이날 1009포인트를 기록하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 8월 1000선을 내준 뒤 9년 만에 밟은 1000포인트 고지다. 에이스피는 2005년 1월 1일을 기준(1000포인트)으로 173개 회원권을 가중 평균해 매일 호가 등락을 표시하는 시세 지수다.

10년 만에 돌아온 회원권 르네상스 시대는 가격이 3억원이 넘는 초고가 회원권이 이끌고 있다. 연초 4억7000만원이었던 경기 남양주 비전힐스CC 회원권은 지난 6월 6억5000만원을 찍더니, 이날 9억원으로 올랐다. 연초 대비 상승률이 91.5%다. 두 달여 만에 38% 뛰었다.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CC 회원권 가격도 8개월 새 4억1500만원에서 7억원으로 68.7% 올랐다. 지난 6월보다는 5000만원이 뛰었다. 두 골프장은 회원 수가 300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본부장)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투자와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골프 회원권에 주목하면서 수도권 초고가 회원권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며 “무기명 회원권이 시장에서 씨가 마르면서 대체재로 초고가 회원권이 날개를 달았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도 가격 상승 견인

코로나19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부킹 대란’도 실수요자들의 구매 욕구에 불을 댕겼다는 분석이다. 대중제 골프장을 통한 예약 자체가 어렵다 보니 회원권 매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여유 자금을 활용해 골프장 회원권을 추가로 사거나 새롭게 구입하려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회원권 거래소도 자산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 회원권에서 시작한 매수세가 2억원 이하 중저가 회원권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이다. 안성베네스트CC의 주중 회원권 가격은 연초 3200만원에서 이날 8900만원을 기록하며 53.1% 올랐다. 같은 기간 여주 금강CC 회원권 가격도 4800만원에서 8300만원으로 72.9% 올랐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이끌고 있는 이번 상승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본부장은 “5 대 5 수준이던 개인과 법인의 회원권 문의가 하반기 들어 6 대 4 수준으로 전환됐다”며 “경기 상황에 개인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골프 인구가 늘고 있는 것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회원권 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 본부장은 “수도권 위주의 희소성 있는 회원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여성 골퍼가 늘자 고양 뉴코리아CC의 여성 회원권이 연초 1억8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