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홀(파4) 보기로 선두와 다섯 타나 벌어졌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공격적으로 샷에 집중한 것이 110%의 결과를 낸 원동력인 듯해요.”

대니엘 강(28·미국·사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지난주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 이은 2주 연속 우승이란 드문 기록도 썼다. LPGA투어에서 ‘백 투 백’ 우승은 2017년 11월 중국의 펑산산(토토 재팬 클래식-블루 베이 LPGA) 이후 처음이다.

대니엘 강은 10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GC(파71·655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그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3)와 조디 이워트 섀도프(32·잉글랜드) 등 공동 2위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통산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25만5000달러(약 3억300만원).

‘절친’ 리디아 고에게 4타 차로 뒤진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대니엘 강은 초반부터 특유의 ‘공격 골프’로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9홀 기록은 버디 4개와 보기 2개. 하지만 리디아 고도 전반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2개 잡아내면서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대니엘 강이 12번홀에서 보기를 내주자 승부의 추는 리디아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평정심 골프’의 리디아 고와 화끈한 ‘배짱 골프’의 대니엘 강. 골프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른 둘이 매치플레이처럼 챔피언조에서 붙은 게 승부의 균형추를 완전히 뒤바꿨다. 리디아 고는 “대니엘 강이 전반에 보기를 범할 때마다 다음 홀에서 모두 버디로 만회하는 걸 보고 초조함을 느꼈다”며 “오늘은 내가 우승할 날이 아닌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대니엘 강은 후반 들어 13번홀(파4)과 14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반면 리디아 고는 14번홀(파3)과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틈을 내주기 시작했다. 타수 차는 겨우 1타.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2년여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가 부담이었을까. ‘천재소녀’ 리디아 고는 18번홀(파5)에서 무너지며 부활의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그는 티샷을 잘 쳐놓고도 세컨드 샷을 카트도로로 보내더니 3번째와 4번째 샷까지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흔들렸다. 벙커에서 시도한 5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갔지만 8m 보기 퍼팅도 빗나가면서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대니엘 강도 18번홀 세컨드 샷이 벙커에 들어갔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3번째 샷으로 벙커에서 탈출했고, 어프로치 샷을 홀 가까이에 붙인 뒤 침착하게 파를 잡아내 우승을 확정했다. 자신을 ‘언니’로 부르며 따르는 리디아 고의 침몰을 지켜본 그는 ‘4타 차 대역전’이란 드라마를 쓰고도 웃지 않았다.

대니엘 강은 올 시즌 56만6280달러의 상금을 쌓아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도 1위 고진영(25)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대니엘 강은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평생 쫓아온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