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신기루됐어요"…긴 장마에 수심 깊어진 골프장
골프장업계가 장마 피해로 울상이다. 연일 폭우가 이어진 탓에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데다 집중호우로 코스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6일 오전 9시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CC 장비창고엔 뒷산 비탈이 무너지며 쏟아진 토사가 들이닥쳤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비로 인해 골프장은 휴장 상태였지만, 장비를 점검하던 세 명의 근로자가 흙에 매몰돼 골절 등 부상을 당했다. 집중호우가 이어진 경기 충북 등 중부지방 골프장도 코스가 쓸려나가기는 마찬가지다.

페어웨이 두 곳이 쓸려나간 충북 충주 세일CC는 오는 12일까지 임시 휴장한다. 비 피해를 복구하는 데 1주일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골프장 대표는 “코스 주변에 나무 등이 자리잡지 않은 신생 골프장들이 특히 호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문을 연 경기 포천의 삼발랴CC 등도 비 피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문 골프장도 수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사진)는 코스 한 곳이 무너져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문을 닫고 긴급 복구를 했다. 안전진단 결과, 적정 판단을 받아 7일 골프장 문을 다시 열기로 했다. 하지만 골퍼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수해를 운좋게 피해간 골프장들도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날씨 탓에 라운드를 취소하는 골퍼가 늘면서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인천 스카이72GC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악천후로 라운드를 취소한 팀은 전년 동기보다 117% 늘었다. 스카이72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온 비 때문에 내장객이 30%가량 줄었다”며 “비에 맞춰 저녁 라운드를 취소하는 등 비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대중제 골프장 대표는 “120개 팀에 달하던 내장객이 50개 팀 안팎으로 줄었다”며 “코로나19 특수로 봄에 벌어놨던 수익을 장마 한 방에 다 날려 먹은 셈”이라고 토로했다.

골프장이 하루 문을 닫으면 5000만~6000만원의 손실(평일 대중제 18홀 기준)을 본다. 열흘 넘게 이어진 장마 전선에 골프장들이 수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셈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 영업 상무는 날씨라는 말이 요즘처럼 와 닿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양잔디를 심은 골프장들은 장마 후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장마 뒤 폭염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더위에 약한 양잔디가 뿌리에 수분을 머금은 채 폭염을 만나면 찜통효과가 발생해 타 죽기 때문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