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곰’ 잭 니클라우스(80·미국·사진)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요즘 선수들에게서 ‘프로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상금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진 덕에 적당히 해도 연간 수백만달러를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는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이다.

2일 골프채널 등 전문매체에 따르면 니클라우스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에서 개막한 PGA 챔피언스투어 앨리 챌린지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승을 하지 않고 투어에 뛰기만 해도 매년 300만~400만달러(약 47억원)를 벌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들이 보인다”며 “젊은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타이거 우즈(45·미국)만큼 운동을 열심히 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타성에 젖어 있다”고 비판했다.

니클라우스는 PGA투어에서 73승을 거둔 ‘살아 있는 전설’이다. 이 중 메이저 대회 우승이 18차례로,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들고 있다. 하지만 역대 누적 상금랭킹 순위에서는 273위에 불과하다. 그가 은퇴한 뒤에 PGA투어 상금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마스터스의 우승 상금은 1989년 20만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1996년 우즈가 데뷔한 후 5년 만인 2001년 100만8000달러로 처음 100만달러 벽을 넘어섰다. 이후 상금 규모는 해가 갈수록 치솟았다.

니클라우스는 “내가 현역으로 활약할 때는 경기에 뛰는 144명 모두 우승을 향한 강한 열정이 있었다”며 “선수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프로라면 상금보다는 명예와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어난 상금규모는 선수들의 생활 수준을 올려놓았지만, 우승을 향한 갈망은 꺾어 놓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