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협회 준가맹단체 강등 피하고 관리단체 지정…가해 혐의자들은 징계
"선수들에 피해 가지 않는 결정 나와 다행…숙현이 떠나고 도와주신 분 많아"
故 최숙현 아버지 "딸의 뜻 전해져 보람…하늘에서 웃고 있기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29일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고향 집이 있는 경북 칠곡과 서울, 칠곡을 오간 최영희씨는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하늘에서 숙현이도 웃고 있길 바란다"고 했다.

최씨는 29일 새벽 칠곡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그는 당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 도착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실업팀 선수들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체육회는 제36차 이사회에서 대한철인3종협회 관리 단체 지정 혹은 준가맹단체 '강등' 여부를 긴급 안건으로 정해 심의했다.

故 최숙현 아버지 "딸의 뜻 전해져 보람…하늘에서 웃고 있기를"

트라이애슬론 선수들과 가족, 지도자들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올림픽파크텔에 모여 "강등만은 막아야 한다.

선수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체육회 인정단체인 대한철인3종협회가 준가맹단체로 강등되면 인건비, 경기력 향상지원금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선수와 가족들은 "협회가 강등되면 실업팀이 해체될 가능성도 있다.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옆을 최영희씨가 지켰다.

트라이애슬론 선수와 가족이 '협회 강등 반대'를 호소하는 자리에, 최영희씨가 함께 했다는 건 무척 상징적이다.

최씨는 "숙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지키고 싶었던 건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의 인권이었다.

숙현이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나오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 훈련해 온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이 설 곳을 잃지 않게, '잘못한 사람'만 처벌했으면 좋겠다.

협회의 강등은 숙현이의 바람과 정반대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최영희씨는 체육회 이사회가 열린 올림픽파크텔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체육회 이사회가 철인3종협회를 강등하지 않고 관리 단체로 지정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관리 단체로 지정하면 기존 협회 임원진들은 해임되지만, 선수들은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최씨는 "오늘 올림픽파크텔에 모인 선수, 가족들은 숙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함께 아파한 사람들이다.

용기를 내 숙현이가 본 피해를 증언해주기도 했다"며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 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트라이애슬론 선수와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서울을 떠났다.

그는 칠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딸의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장모 선수, 김도환 선수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숙현 선수를 벼랑으로 내몬 김규봉 감독과 장 선수는 영구 제명 징계가 그대로 확정됐다.

뒤늦게 사과한 김도환 선수는 자격 정지 10년 처분이 유지됐다.

故 최숙현 아버지 "딸의 뜻 전해져 보람…하늘에서 웃고 있기를"

최영희씨는 "당연히 나와야 하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스러우면서도 딸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라고 했다.

경주시청 소속일 때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최숙현 선수는 올해 2월부터 많은 기관에 피해를 호소했지만 보호받지 못했고, 결국 6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는 "딸이 살아 있을 때 가해 혐의자들이 처벌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딸의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용기를 낸 동료들과 이용 의원 등 국회의원,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준 많은 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최숙현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숙현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명확하다.

잘못한 사람은 처벌을 받고, 선수들은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는 것"이라면서 "가해 혐의자들이 법적으로도 처벌을 받고,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한다.

어렵게 훈련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이 어떤 폭력에도 시달리지 않고, 열심히 하면 그만큼 보상받는 환경에서 훈련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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