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카드 부족에 있어도 쓰지 않는 경직된 선수 기용 '도마'
허문회 롯데 감독, 7회 1사 3루에서 왜 김준태 밀어붙였나
5시간 넘는 혈투였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9회 말 정훈의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혈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1사에서 안치홍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계속된 2사 1루에서 대타 오윤석이 볼넷을 골라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올 시즌 롯데에서 가장 찬스에 강한 정훈은 경기 종료까지 아웃 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극적인 재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정훈은 각본을 쓰라고 해도 그렇게 짜기 힘들 만큼 상상 속에서나 있을법한 한 방을 때려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허문회 롯데 감독이 대타 타이밍만 제대로 잡았어도 이런 각본이 나올 필요가 없는 경기였다.

롯데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4차전에서 8-4로 앞서던 7회 초 동점을 허용했다.

3타자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린 롯데 구원 박진형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NC 노진혁에게 만루홈런을 내줬다.

세 타자에게 연속으로 안타를 허용할 정도로 구위가 흔들린 박진형을 교체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지만 더 큰 의문은 공수교대 후 찾아왔다.

7회 말 선두타자 안치홍이 NC 구원 송명기를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후 민병헌의 보내기 번트로 2루 주자 안치홍이 3루에 안착했다.

타석에는 시즌 타율 0.222의 김준태가 들어섰다.

김준태는 직전 경기까지 5경기 연속 무안타였고, 이날도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다.

누가 봐도 대타 타이밍이었다.

시즌 타율 0.311에 득점권 타율 0.500의 오윤석이 최적의 대타 카드로 보였지만 허 감독은 김준태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잃어버린 타격감이 갑자기 돌아올 리는 없었다.

김준태는 헛스윙 삼진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이후 정훈마저 범타로 물러나면서 롯데는 민병헌을 희생하면서까지 만든 1사 3루의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리드를 되찾지 못한 롯데는 9회 초 마무리 김원중이 노진혁에게 솔로홈런을 얻어맞아 끝내 역전을 허용했다.

정훈의 9회 말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롯데에는 뼈아픈 역전패로 끝날 수 있는 경기였다.

허 감독의 대타 타이밍이나 대타 요원 선택에 의문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동점을 허용한 뒤 곧바로 맞은 7회 말 1사 3루의 기회에서 점수를 뽑았다면 경기 양상은 180도 달랐을 수 있다.

허 감독은 기본적으로 '믿음의 야구'를 한다.

자신이 믿는 선수에게 끝까지 기회를 주고, 중용한다.

주장 민병헌이 타격감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2군행을 자청했을 때도 1군에 붙잡아두고, 불펜 박시영, 진명호를 거듭되는 부진에도 한결같이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말해서 자신이 믿지 않는 선수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2군에서 한창 기량을 뽐내는 선수가 있어도 웬만하면 올리지 않는다.

김건국과 최준용은 2군에서 구위를 인정받아 1군에 콜업됐지만 패전 조로만 드문드문 활용되고 있다.

롯데 최고 유망주 윤성빈은 퓨처스(2군)리그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허 감독은 "2군에서 잘한다고 1군에서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1군과 2군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롯데는 변변한 대타 카드가 없고, 박진형-구승민-김원중을 제외하고는 쓸만한 불펜 투수가 없다.

허 감독이 7회 말 1사 3루에서 김준태를 그대로 쓴 것도 대타 카드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다.

경직된 선수 기용이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자승자박의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그 결과 롯데는 주간 첫 경기에서 5시간 넘게 경기를 벌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