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KBO리그 데뷔전서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만점 데뷔전' 러셀 "앞 타자 고의사구, 자극받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가 1사 2, 3루에서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을 고의사구로 걸렀다.

김하성의 공격력과 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상황을 떠올리면 전혀 놀랍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대기 타석에 메이저리그 올스타 유격수 출신 애디슨 러셀(26·키움)이 서 있다는 점은 이 상황을 더 흥미롭게 했다.

러셀은 당황하지도, 자존심 상해하지도 않았다.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른 한국프로야구 1군 데뷔전을 치른 러셀은 경기 내내 차분함을 유지했다.

9회 1사 2, 3루에서 자신의 앞 타자를 고의사구로 거르자, 두산 우완 이형범의 초구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친 것도 '차분함'이 만든 결과였다.

러셀은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3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기대했던 러셀의 데뷔전에서, 키움을 6-2 역전승을 거뒀다.

'만점 데뷔전' 러셀 "앞 타자 고의사구, 자극받지 않았다"
경기 뒤 만난 러셀은 "내 앞 타자를 고의사구로 내보냈지만, 자존심 상하지 않았다.

고의사구가 만든 만루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만 생각했다.

자신 있게 타격했다"며 "내게 KBO리그는 새로운 무대다.

이 무대를 존중하고,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셀은 9회 만루에서 키움이 원하는 '타점'을 생산했다.

그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쳤고, 득점도 했다.

유격수 자리에서는 여러 차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타구를 손쉽게 처리했다.

4회 말 1사 2루에서 정수빈의 땅볼 타구를 2루 뒤에서 잡아 송구해 내야 안타가 된 장면은 조금 아쉬워했지만, 그렇다고 자책하지도 않았다.

KBO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판단하는 듯했다.

러셀은 "정수빈이 발이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공을 잡은 순간, 그 데이터를 잠깐 잊었다"고 말하면서도 "오늘 경기에서 공을 외야로 빠뜨리는 일(실책)은 없었다.

키움 내야진은 무척 탄탄하다.

나도 팀의 수비력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만점 데뷔전' 러셀 "앞 타자 고의사구, 자극받지 않았다"
러셀은 시카고 컵스 소속이던 2016년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혔다.

그래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러셀은 2019시즌 종료 뒤 방출됐고,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발이 묶였다.

키움은 러셀에게 영입 제의를 했고, 러셀은 흔쾌히 응했다.

러셀은 컵스 유니폼을 입고 2019년 9월 2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을 치른 뒤 303일 만에 '1군 정식 경기'를 치렀다.

러셀은 "오늘 팀이 승리했고, 나도 내가 기대한 만큼의 경기를 했다"고 기분 좋게 말했다.

한국 문화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러셀은 박병호를 떠올리며 '형님'이라고 또박또박 발음했다.

러셀의 자가 격리를 도운 스카우트가 알려준 단어를 벌써 익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