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인 인권 보호 주목적…비체육인 중심으로 '새 판 짜기' 추진
'체육 폭력 추방하라'…8월 출범 스포츠윤리센터에 쏠리는 눈길

철인 3종 선수 고(故) 최숙현 씨는 의사라는 직책으로 둔갑한 정체불명 '팀닥터'의 무차별 폭행과 이를 사실상 묵인한 감독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올해 4월 8일 고인으로부터 폭력 신고를 받았고,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을 고려해 여성 조사관을 배정,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경과를 전했다.

경찰,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지만, 한 생명이 목숨을 버릴 때까지 일은 더디게만 흘렀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그들만의 리그'에서 아직도 이런 구타와 폭력이 자행되는 현실에 혀를 차다 못해 크게 분노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쇼트트랙 간판선수 심석희가 미성년자 시절을 포함해 수 년 이상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한국 체육은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 시선은 냉정했고, 올림픽과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해 온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명예는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체육 폭력 추방하라'…8월 출범 스포츠윤리센터에 쏠리는 눈길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체육회를 비롯해 체육 지도자들의 반성과 자정 선언이 이어졌고, 스포츠 인권 교육을 철저히 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는 약속이 넘쳐났다.

하지만, 맞는 선수는 여전히 등장했다.

조재범 전 코치가 촉발한 빙상 지도자 구타·성폭행 파문은 성적에 가려진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의 어두운 그늘과 한국 엘리트 체육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줘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

이번 철인 3종 지도자의 무자비한 가혹행위 사태는 이미 한 차례 체육계가 쑥대밭으로 변한 뒤에도 체육계 지도자들이 폭력에 여전히 둔감하다는 보여주는 터라 더욱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철인 3종은 세계와의 실력 차가 커 국제 대회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비인기 종목이다.

그런데도 국내 대회 성적이라는 명분 때문에 선수를 때리고 괴롭히는 지도자가 적지 않다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격분하고 가해자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체육 폭력 추방하라'…8월 출범 스포츠윤리센터에 쏠리는 눈길

체육계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시선이 늘면서 8월 출범할 스포츠윤리센터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아졌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축이 돼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독립 법인이다.

독립 법인이나 문체부의 관리 감독을 받고, 문체부 장관은 스포츠윤리센터장의 임면권도 행사한다.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스포츠인권센터에서 하던 업무를 모두 통합해 ▲ 체육계 비리 및 인권침해 신고접수 및 조사 ▲ 인권침해 피해자 지원(상담·심리·법률 지원 및 관계기관 연계) ▲ 스포츠 비리 및 인권침해 실태조사 ▲ 예방 교육·홍보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조사내용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문체부 장관은 체육 단체에 징계 요구 또는 체육 지도자 자격 취소 등을 요청하는 권한을 발휘한다.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를 크게 스포츠인권진흥실, 스포츠비리조사실로 나눠 운영하기로 하고 법인에서 일할 인력 25명을 지난달부터 뽑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추진단 위원인 문체부 이영열 체육국장은 3일 "8월 출범을 목표로 스포츠윤리센터 매뉴얼 작성, 직원 채용 등에 매진하고 있다"며 "그간 나뉘었던 스포츠 인권 관련 기구를 통합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센터장을 비롯한 스포츠윤리센터 직원 대부분이 비체육계 인사들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간 체육계를 지배해 온 온정주의와는 확실하게 선을 그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체육인 인권 개선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선수에 대한 성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지도자는 20년간, 형법상 상해·폭행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지도자는 10년간 지도자로 활동할 수 없도록 결격 사유가 강화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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