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동반 선수 모두 기권…축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응원
PGA 투어 대회서 혼자 걸은 월리스 '리버풀 팬은 아니니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이 30년 만에 우승을 차지, 영국 곳곳에서 리버풀의 응원가 '유 윌 네버 워크 얼론(You will never walk alone)'이 울려 퍼진 다음 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가 무려 4시간 41분을 혼자 걸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에서 열린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2라운드.
맷 월리스(30·잉글랜드)는 3인 1조로 진행된 다른 조와 달리 혼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바로 전날 1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했던 데니 매카시(미국)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2라운드를 앞두고 기권했기 때문이다.

남은 한 명인 버드 컬리(미국)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그래도 2라운드에 빠지기로 하면서 월리스의 '나 홀로 라운드'가 성사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월리스가 첫 홀에 도착해서 선수 소개를 맡은 아나운서에게 '오늘은 나 혼자'라고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 경기로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 월리스는 동반 선수도 없이 캐디와 둘이서 '고독한 골프'를 쳐야 했다.

월리스는 4시간 41분이 소요된 2라운드를 마친 뒤 "컬리는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하더라"며 "나도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승할 수도 있기 때문에 2라운드에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PGA 투어 대회서 혼자 걸은 월리스 '리버풀 팬은 아니니까'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에 2라운드를 시작한 월리스는 오전 8시에 '1라운드를 함께 치른 선수들이 모두 기권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캐디와 함께 대회장으로 이동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음성이 나와 2라운드에 출전할 자격을 유지했다.

ESPN은 "월리스가 첫 홀 티샷을 한 뒤 잠시 자리에 서 있었다"며 "다른 사람의 샷을 기다릴 이유가 없었지만 버릇 때문인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결국 2라운드까지 2오버파를 치고 컷 탈락한 월리스는 "더스틴 존슨이나 로리 매킬로이와 같은 (정상급) 선수들이 혼자 경기를 하게 됐더라도 PGA 투어가 조 편성을 조정하지 않았을 것인지 모르겠다"고 다소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월리스는 축구 팬으로도 유명한데 '절대로 혼자 걷지 않는다'는 리버풀 팬은 아니다.

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엄청난 팬'으로 소개됐고, 그는 지난해 4월 마스터스 개막 전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맞대결을 앞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유러피언투어 4승이 있는 월리스는 "아주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2라운드를 치를 수 있게 돼 보너스와 같은 하루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