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윤이 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총상금 7억원) 2라운드 8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그는 이날 4연속 버디를 앞세워 4타를 줄였고 중간합계 8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포천힐스CC=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박채윤이 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총상금 7억원) 2라운드 8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그는 이날 4연속 버디를 앞세워 4타를 줄였고 중간합계 8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포천힐스CC=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6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 2라운드. 10번홀(파5)에서 출발한 김효주(25)가 자신의 마지막 홀인 9번홀(파4) 두 번째 샷을 남겨놨다. 셋업 자세를 취했다가 풀기를 반복한 뒤 날린 샷. 공은 결국 그린에 못 미치는 곳에 떨어졌다. 김효주는 “뒷바람이 많이 분다고 생각했는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부는 ‘훅 바람’ 같기도 했다”며 “바람 방향이 홀마다 계속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날 종일 내린 비와 구름이 물러가자 ‘행운(fortune)의 언덕’ 포천힐스CC(파72·6605야드)가 발톱을 드러냈다. 버디 쇼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변화무쌍한 코스에 예측 불가능한 바람까지 불자 선수들이 흔들렸다. 이소영(23)은 “바람이 많이 돌기 때문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며 “샷 직전에 바람 방향을 확인하고, 믿고 빨리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채윤(26)은 “15번홀부터 마지막 네 홀은 정말 까다롭다”며 “특히 16번홀은 아이언샷을 실수하면 바로 보기로 이어질 수 있는 홀이라 안전하게 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지현·안나린
오지현·안나린
우승 경쟁 ‘안갯속으로’

행운의 언덕은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최근 ‘샷감’이 뜨거운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대거 점령했다. ‘2년차’ 이소미(21)가 단독 선두에 올랐다. 버디 7개(보기 1개)를 묶어 6타를 줄였다. 합계 10언더파, 1타 차 선두다. 아직 무관이지만 언제라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저력이 있는 선수다. 준우승만 세 번 했다. 지난해 상금랭킹 14위(4억3880만원)를 기록했고, 올해는 시즌 개막전을 준우승으로 장식하는 등 1억2264만원(10위)을 모았다.

김효주는 이틀 연속 타수를 줄이며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를 쳤다.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 시즌 2승, 우승상금 1억4000만원(총상금 7억원)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똑같이 공동 선두로 시작해 2타를 줄인 지한솔(24)이 김효주와 2위 자리를 나눠 가졌다.

김효주의 전반은 답답했다. 파가 8개나 나왔다. “샷감은 정말 좋았다”는 게 그의 설명. 하지만 퍼트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17번홀(파4)에선 보기로 타수를 잃었다. 그는 “세컨드 샷이 두껍게 맞았고 공이 벙커에 떨어진 뒤 깊숙이 박혔다”며 “기회를 살리지 못하다 보니 나올 만한 실수가 나왔다. 잘 뺀 덕에 그나마 보기로 막았다”고 했다. “2014년 전성기 때보다 더 좋다”던 샷감과 퍼트감이 살아난 것은 후반이었다.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몰아쳤다. 그는 “좋지 않았던 퍼팅감을 다시 찾아 남은 라운드에서는 찬스를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메이저 퀸’ 박채윤도 4연속 버디를 앞세워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11번홀(파3)부터 네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는 등 이날 4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8언더파 공동 4위. 1라운드 후 공동 선두였던 김지영(24)이 1타를 줄이며 이틀 합계 8언더파로 박채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소영, 안나린(24)도 이틀간 8타를 줄였다.

‘디펜딩 챔피언’ 조정민 고전

반면 지난해 포천힐스CC에 버디 폭격을 가했던 강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작년 대회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쳐 돌풍을 일으킨 이승연(22)은 중간합계 1오버파로 부진했다. ‘디펜딩 챔피언’ 조정민(26)은 이날 2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선수들은 희비가 갈렸다. 1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배선우(26)는 이날 3타를 더 줄여 4언더파를 기록했다. 이민영(28)은 1언더파로 본선 라운드에 진출했다. 반면 올해 프로대회 첫 출전인 정재은(31)은 이틀 연속 타수를 줄이지 못해 그간의 실전 공백을 실감했다.

‘아마 3인방’은 높은 프로의 벽을 절감했다. 중간합계 1오버파를 친 박지빈(19·한국체대1)이 그나마 선전했으나 커트를 통과하기엔 부족했다. 이틀간 5오버파를 친 이예원(17·비봉고2)과 6오버파를 친 마다솜(21·한국체대3)도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