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발로 동점 만든 뒤 연장 10회 짜릿한 끝내기
'끝내기' 정근우 "특타 때 배팅볼 던져준 박용택형에게 고마워"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38)는 더블헤더를 마친 다음 날에도 '특타'를 빼먹지 않았다.

반드시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정근우의 그 간절함이 짜릿한 끝내기 안타의 결실로 돌아왔다.

LG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전날 더블헤더의 피로감에다 '해결사' 로베르토 라모스가 허리 통증으로 빠진 LG 타선은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의 위력적인 구위 앞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4회 말 선두타자 박용택의 뜬공을 롯데 중견수 민병헌이 시야에서 놓쳐 출루한 것이 7회까지 유일한 안타였다.

1-2로 맥없이 끌려가던 LG는 8회 말 1사에서 정근우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물꼬를 텄다.

호시탐탐 2루를 노리던 정근우는 스트레일리의 견제를 이겨내고 2루를 향해 뛰었다.

때마침 스트레일리의 원바운드 변화구를 포수 지성준이 뒤로 빠뜨려, 정근우는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유강남의 좌전 적시타로 승부는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근우는 연장 10회 말 1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롯데 구원 박진형에게 우중간 끝내기 안타를 뽑아내고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끝내기' 정근우 "특타 때 배팅볼 던져준 박용택형에게 고마워"
경기 후에 만난 정근우는 "선두타자 채은성이 (2루타로) 찬스를 잘 만들어줬고, 김민성이 번트를 잘 대줬다.

그전에 선발 윌슨이 많은 위기를 잘 막아줘 끝내기 기회가 온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꼭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번을 계기로 슬럼프에서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최대한 침착하게 타격하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근 타율이 1할대까지 추락한 정근우는 요즘 LG 선수 중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특타를 하고 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도 타격 부진에서 헤어나오고자 하는 정근우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특히 전날 더블헤더까지 치른 터라 체력적으로 지칠 법도 했지만, 정근우는 이날도 특타를 빼먹지 않았다.

그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심리적으로 쫓기는 건지 결과가 안 나와서 마음이 조급하더라"며 "오늘도 가장 먼저 나와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박)용택이 형이 배팅볼을 던져줬다.

그게 고마워서라도 오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큰 결과가 나와서 용택이 형에게 고맙다"고 했다.

정근우는 8회 말 동점 상황에 대해서는 "승부처라고 판단해서 과감하게 뛰었다"며 "운 좋게 폭투가 나와서 3루까지 뛰었다"고 소개했다.

정근우는 이날 1개를 더해 개인 통산 16번째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KBO 리그 역대 1위로, 2위인 김태균(11개·한화 이글스)과는 격차를 5개로 벌렸다.

역대 끝내기 안타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닌 셈이다.

정근우는 내일도 특타를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아침에 일어난 뒤 몸 상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끝내기' 정근우 "특타 때 배팅볼 던져준 박용택형에게 고마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