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설공단 선수들과 무릎 꿇기…"서로에 대한 배려 필요"
핸드볼 강재원 감독 "30년 전 유럽에서 아시아인 차별 경험"
강재원(55)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이 최근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강재원 감독은 1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속팀인 부산시설공단 선수단과 함께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 부위를 8분 이상 눌린 끝에 결국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뜻을 담은 행동이다.

강재원 감독은 사진과 함께 '우리 팀은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글귀를 영어와 독일어로 적어뒀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 한국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나가게 되는 강재원 감독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유럽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 인종차별을 당했던 경험이 이번 퍼포먼스를 하게 된 배경 아니냐'는 물음에 "요즘은 많이 변했겠지만 제가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던 30년 전에는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차별 같은 것이 존재했다"고 답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의 은메달에 앞장선 강재원 감독은 이후 유럽으로 진출, 독일과 스위스 리그에서 10년 넘게 선수로 뛰며 리그를 평정했다.

강 감독은 "1989년 독일 리그로 갔는데 당시 통독 분위기와 맞물려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독일에 많았다"며 "실제로 동양 사람들에 대한 범죄 피해도 자주 발생해 3개월 만에 스위스 리그로 옮겼다"고 회상했다.

핸드볼 강재원 감독 "30년 전 유럽에서 아시아인 차별 경험"
하지만 스위스에서도 인종차별은 여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번은 내가 득점을 많이 했더니 라커룸에서 몇몇 동료 선수들이 속닥거리면서 불만스러워하더라"며 "나도 지지 않고 물병을 던지면서 '너희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같이 하지 않겠다'고 난리를 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때만 해도 강 감독이 유럽에서도 기량을 인정받을 때여서 구단은 강 감독에게 인종 차별적인 분위기를 주도한 선수 2명에게 '미스터 강에게 사과하라'고 상황을 정리했고, 이후로는 강 감독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처음 유럽으로 갔을 때 독일어를 구사하지 못했다는 강 감독은 "그때 유럽은 흑인보다 아시아 쪽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더 심했다"며 "슈퍼마켓을 가도 (불친절하게) 물건을 툭툭 던지는 등 차별받는 느낌은 있는데 또 뭐라고 얘기하기도 애매한 상황은 수도 없이 많았다"고 1990년대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강 감독은 1989년 국제핸드볼연맹(IHF) 올해의 선수로 뽑혔고 스위스 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에 6번이나 선정되는 등 기량으로 인종 차별을 당당히 이겨냈다.

강 감독이 선수 시절 차별받은 것에 대한 '한풀이' 성격으로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는 "우리 팀에도 외국인 선수가 있었고, 국내 야구나 축구와 같은 프로 종목에도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있다"며 "스포츠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강 감독은 "제가 유럽이나 미국에 있으면서 느낀 점도 있지만 반대로 지금 한국에 있는 외국 사람들에게 최대한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선수들과 함께 '무릎 꿇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핸드볼 강재원 감독 "30년 전 유럽에서 아시아인 차별 경험"
도쿄올림픽이 2021년으로 연기된 상황에서 현재 소속팀 부산시설공단의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강 감독은 "12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소집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야구나 축구와 같은 인기 종목들보다 비인기 종목들이 예산 축소 등 더 큰 타격을 받고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