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 '골프 부킹왕'…"네이버·카카오와 붙어도 겁 안나요"
“아프리카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기관총을 들고 일할 때는 골프 사업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조성준 엑스골프(XGOLF) 대표(50·사진)는 국내 골프업계에서 ‘이단아’로 불렸다. 예약 하나에 웃돈 수십만원을 얹어줘야 했던 2003년, 성공 가능성이 낮아보였던 온라인 골프 예약 사이트를 창업한 데다 그의 특이한 경력까지 합쳐지면서 이런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는 세계적 보석회사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던 벨기에 다이아몬드 회사 보안요원 출신. 내전이 한창이던 자이르에서 그는 언제든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 다이아몬드 거래 대금을 관리해야 했다. 엑스골프를 국내 최대 온라인 부킹 업체로 키워낸 지금, 그는 ‘부킹왕’이란 말을 더 많이 듣는다.

조 대표는 “골프 시장의 변화를 잘 읽어내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늘 절실함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뻣뻣한 골프장들의 문전박대에도 결국은 손님을 보유한 예약 플랫폼이 업계를 장악할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옳았다. 창업 당시 6개에 불과하던 제휴 골프장은 올해 300여 개로 늘어났다. 가격대별, 지역별, 시간대별, 긴급할인 티타임 등 골퍼들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웃돈 없이 예약할 수 있다는 게 강점. 회사는 지난해 매출 115억원에 영업이익 30억원을 올렸다. 네이버 카카오 골프존 등 빅 플레이어들이 잇따라 뛰어들었지만 회사의 입지는 아직껏 변함이 없다.

조 대표는 고교를 졸업한 뒤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대학 문턱도 못 가본 채 육군 21사단 수색대에 입대했다. 그는 “군대 제대 후 돈을 벌러 간 아프리카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게 골프와의 첫 인연”이라며 “돈을 벌어 미국 새크라멘토로 넘어가 공부할 때 당시 현지에서 인기를 끌던 골프 예약 사이트를 한국에 도입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예약 사이트의 성공 뒤에도 그는 골프연습장을 수탁 운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조 대표는 “기존 시장에 없던 서비스를 내놓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며 “멤버십만 가입하면 수십 개의 명문 골프장을 회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신멤버스’가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출시한 신멤버스는 예치금을 적립하면 1년간 4인 무기명으로 골프장 예약부터 그린피, 카트비, 식음료비 등을 엑스골프가 정산하는 방식이다. 법인회원권을 갖고 있지 않아도 300여 개 골프장을 주중·주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기본 가입비가 2000만원에 달하지만 출시 1년 만에 250여 개 기업이 가입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40~50대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골프 시장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들이 은퇴하면 한국보다는 비용이 덜 드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골퍼가 많아질 것”이라며 “베트남 태국 등의 골프장과 ‘숙박+골프’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해외 골퍼 전용 회원권 개설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골프 예약을 넘어 해외여행은 물론 국외 회원권 매매까지 하나의 앱으로 해결하는 토털 골프 라이프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