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canoe)는 자신의 근력에 의지해 물 위에서 균형을 잡고 노를 저어 나아가는 수상 레포츠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강이나 호수 위에서 즐기는 레포츠라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지만, 조용히 노를 젓다 보면 평온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물 한가운데서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도 줄어들어 요사이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적합한 아웃도어 활동이다.

[커버스토리] 언택트 여행-아웃도어 ② 카누
◇ 카누를 탄다는 것은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잠시 떠나 한 템포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조용히 물 위에 카누를 띄우고 패들링(paddling·노 젓기)을 하는 것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물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풍경은 물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레크리에이션을 목적으로 한 카누는 스포츠 경기 종목인 카누와는 달리 오로지 즐기는 데만 주안점을 둔다.

대부분 혼자 혹은 2∼3명이 같은 배를 타고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조용히 한배에 타 노를 젓다 보면 유대감도 형성돼 '한배를 탔다'가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된다.

카누는 예전 북미의 인디언들이 통나무를 파서 만든 배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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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 블레이드(blade·노의 물에 닿는 부분)가 있는 패들(paddle·노)을 젓는 카약(kayak)과는 달리 한쪽에만 블레이드가 있어 구분하기가 쉽다.

카약은 원래 알래스카나 그린란드 지역에서 살던 원주민들이 나뭇가지를 엮은 뼈대에 짐승 가죽을 씌워 만든 배다.

레포츠용 카누와 카약은 길이 약 4∼5m, 폭은 약 40∼50㎝가량으로, 노를 저어보면 카약과 카누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블레이드가 한쪽에만 달린 패들을 쓰는 카누는 한쪽으로만 노를 젓기 때문에 자칫하면 배가 직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노 젓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J-스트로크'(J-stroke)다.

노의 블레이드를 수직으로 찔러 넣어 저은 뒤 맨 마지막에 양손을 비틀어 노의 블레이드를 일자로 펴면 된다.

블레이드가 움직이는 모습을 위에서 보면 알파벳의 'J'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렇게 노를 저으면 카누가 삐뚤삐뚤 나가지 않고 앞으로 직진하게 된다.

이때 노를 잡은 위쪽 손의 엄지가 수면으로 향하는데, 이것만 잊지 않으면 큰 어려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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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누의 메카 배바위 카누투어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유원지는 카누 명소로 자리 잡은 곳이다.

마곡유원지에 카누라는 다소 생소한 수상 레포츠를 처음 선보인 것은 캐나디언카누클럽의 이재관 대표다.

그는 1994년 이곳에 캐나디언카누클럽을 세우고 지금까지 카누 기술 보급에 앞장서며 투어링 등을 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젊은 시절 캐나다로 건너가 카누 강사 자격을 따는 '카누 유학'을 했다.

'캐나디언카누'라는 이름은 카누의 본고장이 북미 캐나다 지역이라는 데서 따왔다.

카누 라이딩 코스는 마곡유원지를 출발해 상류인 소남이섬 배바위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6㎞ 구간이다.

물의 흐름이 완만하기 때문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마곡유원지 아래쪽으로 가는 코스는 추천하지 않는다.

수상스키를 즐기는 모터보트 등이 오가는 곳이라 카누가 전복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 소유의 카누를 가져오거나, 카누가 없는 사람들은 캐나디언카누클럽의 데일리 카누투어를 통해 카누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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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를 즐기는 데 딱히 좋은 시간은 없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땡볕을 피할 수 있는 아침과 저녁이 좋고, 요즘 같은 봄날에는 하루 중 언제라도 좋다.

몇 년 만에 캐나디언카누클럽을 다시 찾았다.

마침 석미진 씨 등 30대 여성 두 명이 이 대표에게 J-스트로크를 배우고 있었다.

석씨 일행은 카누가 처음이라고 했다.

석씨 일행, 이 대표와 필자가 카누 2대에 나눠 타고 배바위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첫 시작은 순조로웠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바로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뒤에서 부는 바람이라 다소 수월했지만 돌아올 때 고생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초보인 석씨 일행은 다소 패들링에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더 소요됐다.

천천히 보조를 맞춰 패들링을 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넘는다.

그래도 좋았다.

덕분에 평소 보지 못했던 강변의 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이 오른 버들가지가 연녹색으로 흔들리고 때때로 바람이 멈춰준 덕분에 오랜만에 참 평화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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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바위 비경에 탄성

한 시간가량 노를 저으니 이 지역의 명승인 배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홍천강 가운데 높이가 10여m, 길이가 40m가 훌쩍 넘는 배 모양을 한 바위다.

커다란 바위 위에 뿌리를 박고 있는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돛단배 같은 느낌도 준다.

모두가 탄성을 지른다.

필자도 오랜만에 다시 본 배바위가 너무 반가웠다.

10여 년 전 개인 카누를 구입하고 처음 카누를 진수시킨 곳이 바로 이 부근이기 때문이다.

당시 귀하다는 쏘가리 한 마리를 낚시로 잡았던 추억이 있던 곳이라서 더 정겹다.

한동안 쓰지 않던 근육을 쓴 탓인지 기분 좋은 뻐근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쉬어야 할 시간이다.

배바위 뒤로 돌아가 바람을 피할 공간을 만들었다.

카누를 모래톱에 올리고 옆으로 세운 뒤 바람을 등지고 앉으면 완벽한 쉘터가 된다.

조용히 앉아 방수 가방인 드라이 백에 넣어 온 바나나로 점심을 대신한다.

배바위로 올라가 풍광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여유를 만끽했다.

배가 없으면 찾아올 수 없는 공간이기에 그 고립감이 묘한 행복감을 준다.

[커버스토리] 언택트 여행-아웃도어 ② 카누
이 모든 곳을 오롯이 독점한 느낌이다.

필자의 이런 기분을 느낀 듯 강 반대편으로 산책 나온 가족들이 부러운 듯 바라본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는 돌아갈 시간. 다시 카누를 띄웠는데, 이제는 맞바람이다.

돌아가는 과정이 두 배나 길게 느껴졌다.

특히나 패들링이 익숙하지 않았던 석씨 일행은 더 애를 먹었다.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아주 세찬 맞바람이 불어왔다.

한참을 노와 씨름하다 보니 마곡유원지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 어려운 봄바람을 이기고 카누잉(Canoeing)을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 Information

물가에서는 수면의 빛 반사로 자외선 노출이 증가한다.

필자는 선크림을 깜박했더니 이마가 햇볕에 그을렸다.

카누에 오르고 내릴 때 발이 젖을 수 있으므로 물놀이용 워터슈즈 등을 갖추면 좋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