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품이 두루마리 휴지?…美골프대회 '코로나 진풍경'
미국 지역 골프대회 미니투어가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줘 화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미국 내 생필품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미니투어인 캑터스투어는 지난 27일 미 애리조나주 선댄스GC에서 끝난 11차전 우승자 새라 버냄(24·미국·사진)에게 우승상금 2800달러(약 343만원)와 함께 두루마리 휴지를 줬다고 디트로이트뉴스가 30일 전했다. 버냄은 “시상식에서 (대회 주최 측이 ‘우승자에게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며 두루마리 휴지를 줬다”고 밝혔다.

두루마리 휴지는 미국에서 ‘귀하신 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내 사재기 열풍이 불면서다. 대형마트 등에선 두루마리 휴지를 찾아볼 수 없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몇몇 지역은 하수구가 자주 막힌다. 휴지 대신 티셔츠 조각과 물티슈를 쓰고 변기에 버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커피를 사고 커피값으로 두루마리 휴지 네 칸을 내는 풍자 영상이 올라올 정도다.

버냄은 미시간주립대를 졸업한 뒤 2019년 LPGA투어에 데뷔했다. 상금랭킹 122위(6만6000달러)에 그쳐 올 시즌 시드를 얻지 못하자 주로 미니투어에서 뛰고 있다. 지역 대회인 미니투어는 출전 선수가 50명 안팎에 갤러리와 TV 중계가 없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대회를 계속 열고 있다. 상금도 선수들이 낸 출전비로 나눠준다. 버냄은 “벙커 고무래도 다 치웠고 깃대를 뽑는 일도 없다. 홀 속에도 플라스틱 볼을 채워 넣어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해놨다. 물리적 거리를 충분히 두고 경기한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