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올림픽 2연패 불발되나
‘골프 여제’ 박인비(32·사진)의 마지막 꿈인 올림픽 2연패 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림픽 출전 기준인 세계 랭킹이 오는 5월까지 동결되는 탓에 올림픽 대표팀 승선 경쟁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을 주관하는 오피셜 월드 골프 랭킹과 여자 순위를 정하는 롤렉스 월드 골프 랭킹은 지난 21일 공동 성명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면밀히 주시한 뒤 추후 순위 변화가 생길 때까지 3월 셋째주 세계 랭킹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랭킹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 남녀 주요 투어들이 5월 중순까지 경기를 모두 중단키로 하면서 내려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4월 대회인 롯데챔피언십, LA오픈, 메디힐챔피언십을 연기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4월 2일 개막할 예정이던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은 아예 초가을인 9월 10일 개막으로 재조정했다. 경기 재개는 아무리 일러도 5월 14일(펠리컨 여자챔피언십)에나 가능해진 셈이다.

세계 랭킹을 끌어올려 ‘전인미답’의 길을 가려던 박인비의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여자골프 선수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려면 6월 29일 기준 세계 랭킹 6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한 국가가 출전시킬 수 있는 선수는 최대 4명이다. 세계 랭킹은 최근 2년 성적을 반영해 산출하기 때문에 상금 규모와 관계없이 올해 초 열리는 대회들의 가치가 높다.

박인비(11위)는 한국 선수 중 고진영(1위)과 박성현(3위), 김세영(6위), 이정은(9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세계 랭킹에 올라 있다. 자력으로 올림픽에 나서려면 한 명을 더 제쳐야 한다. 앞서 박인비는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6월 전까지) 2승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시즌 개막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인비에겐 최소 1승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아 대회 연기가 계속되면 태극마크 획득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코로나19로 2020 도쿄올림픽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으로 연기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올림픽 출전 기준을 정하는 국제골프연맹(IGF)이 랭킹 산정 기준 시점을 변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인비가 이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여제의 도전’은 계속될 수 있다.

박인비는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까지 제패한 골프 역사상 최초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다.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면 ‘골프 올림픽 2연패’라는 또 다른 역사를 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